어제부산사는고종사촌동생으로부터청천벽력과도같은전화를받았다.
전화를한동생은한참동안이나아뭇소리없더니기어드는목소리로말했다.행님,S가죽었어예.
S는죽은고종사촌동생의아들이다.십여년전위암수술을받고경과가좋았지만얼마전췌장암말기의판정을받았단다.지난봄혼사가있어부산에갔을때만해도전혀그런기색이없었는데,이럴수가.
올해서른아홉이다.지난2007년봄결혼해서그나마여섯살된아들은있다.
제수씨에겐뭐라고해야하나.손아랫사람이니갈수도없고참으로난감하다.
서울은쾌청이지만기상예보를들으니부산은비바람이거세단다.
젊은나이에이승을떠나니하늘도안타까워서비를뿌리는걸까.어머니를닮아호리호리한몸매에항상미소를지으며얌전히인사하던조카의모습이떠오른다.
먼저간동생은슬하에아들하나,딸둘을두었는데한애도출가시키지못하고갔다.
그래도애들은잘자라서가정들도이루었고남부럽지않게살고있다.이제좀노후를편안하게보내겠거니생각했건만제수씨는남편에이어외아들까지먼저보내는고통을겪고있다.
죽은조카를생각하니먼저간동생과의지난일들이떠오른다.
말단공무원으로들어가서사서司書직으로만근무했던동생이사무관으로승진했다며서울로왔던90년대중반이생각난다.그날동생은교육부장관으로부터임명장을받고기분이좋았다.동생은내게임명장을보여주며말했다.
봐라,형.이기그래도대통령이름으로주는임명장아이가.이기가문의영광인기라.그때내가말했다.임마,그거는내도받았다.동생은웃었다.아이구,형이받은거는장관이임명해서받은기고내는밑바닥부터기가꼬받은거아이가.차원이다르다쿵께.옹냐,알았다.고만해라.
그날밤동생과나는종로에서지난날들을추억하며술을마셨다.
헤어질때우리집으로가서자자고얘기했지만동생은듣지않았다.형,보나마나형수도술묵은꼬라지안좋아한다아이가.머땜시눈치보고잘끼고.편안하이여관서자모된다.
동생이죽기몇년전인90년대말,근무했던S대학교를찾았을때광양제철소가보이는해변언덕위의장엇집으로데려가술을한잔사주었다.
그날취중에동생은한마디했다.형,지금까지살아봉께그래도형하고술한잔묵는이시간이젤좋은기라.애릿을(어렸을)때부터형하고지내왔던그시간이내가죽어도안이자빌끼라하고말했다.
나는참,씰데없는소리하지마라하고성를냈지만어쩌면그게내겐유언이었다.
그로부터오년후동생은이승을떠났다.
모차르트는죽은사람을위해레퀴엠을작곡했고,브람스는살아있는사람을위해’독일레퀴엠’을만들었다.
나는먼저간조카를위해그들이만든음악대신요즘즐겨듣는’ZenRelaxationMusic’을듣는다.
중국풍의명상음악이다.얼후[胡琴]나비파琵琶같은현악기와소簫처럼귀에익은관악기들이어우러져저미는듯아픈가슴을달래준다.
그래,조카야.잘가거래이.
인자슬픔도아픔도없는천국에서너거아부지,너거할무이하고몬봤던할아부지꺼정잘만나서재미있거로살거래이.맻년안가서내도그게낄랑가모리겄다.그때보자.
오늘도잠못이루는밤이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