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추억

아마도이글의제목을보신분들은별별추억도다있다고핀잔을하실지도모르겠다.

아니면오래전나왔던한엽기적인영화의제목을닮았다며혀를찰수도있겠다.또추억이란아기자기하고애틋한사연이담긴일들을떠올리는건데인류최대의난적인치매가무슨추억거리냐며비아냥하시는분들도있으리라.

그렇지만내게있어치매는지나간옛시절의한토막추억으로남아있다.

내가경험한최초의치매는장모님을통해서였다.

지난90년대초반연세가팔순에접어들자조금씩치매의유형들이나타나기시작했다.

젊은시절,6.25직전에마산에서좌익의테러로남편을잃었다.그당시장인은민보단장이었다고들었다.

30대후반에홀로되신장모님은슬하의1남3녀를열심히가르쳐가정들을이루게했다.

그렇지만워낙깔끔하신분이셔서남들과잘사귀지못했고,혼자서만집에계시는편이었다.

첫치매의증상은서랍을뒤지는데서시작되었다.

시도때도없이서랍을뒤져옷들을방바닥에쏟아놓았고,그결과는한집에사는손자들을의심하는걸로마감했다.

서랍을뒤진후며느리를불러서는아무개(손자)가내돈을가져갔다고했단다.

이이야기를전해들은아내는그럴리가없다며처남댁에게역정을냈다지만얼마안가사실로드러났다.

치매가있는노모를외아들이마냥모실수만은없어그때부터딸네집으로의순방이시작되었다.

내가막내사위라우리집에는한참만에오셨다.내가봐도그때는치매가많이진행된걸로보였다.

우리집에서장모님은주로나를붙들고어릴적이야기를나누는것으로시작되었다.장모님은10대시절마산에서생활하셨던일들을시시콜콜하게기억하셔서내게주입시켰다.

다음은티비에서’동물의왕국’을자꾸보시겠다며켜달라고했다.그래서나중에는아예동물의왕국씨디를사서틀어드리기까지했다.

지금도기억나는건말씀을잘하시다가도갑자기자네가누군고?하고묻는것이었다.제가이름을밝히고설명을하면고개를갸웃거렸다.그러고는아내를불러저사람이누군데이집에와있노하고묻기까지했다.

가끔은집으로가시겠다고떼를썼다.그래서병모님,부산까지어찌가실랍니꺼하고물으면이사람아,저기큰길로나가서쭉내려가모부산가는길이나온다하며태연히말씀했다.

한번은처조카가모시고가서그곳에며칠계셨다.하루는연락이왔는데할머니가없어졌다고숨가쁜소릴했다.온식구가찾아나섰는데얼마후압구정동파출소에서할머니를보호하고있다는연락이왔다.

마침지팡이를짚고나가셨고그지팡이에성함과전화번호를새겨놓았기에무사히찾을수가있었다.

조카집이도곡동이었는데순식간에압구정동까지걸어가신것이었다.

장모님은아흔이넘어부산아들네집에서돌아가셨지만10여년간가족들이많은수고를했었다.

지금도감사하게생각하는것은우리집안에서치매로고생하신분은없었다는것이다.

할아버지,할머니도잠간병석에누워계시다가돌아가셨다.아버님과어머님도마찬가지였다.

그래서나는그점을항상감사하게생각하고있다.

지금생각하면아버님이약간치매끼가있었지만두세달만에돌아가셨으니그건치매도아니다.

아버님이치매증세를보인건1990년추석무렵이었다.

그해9월추석에고향에갔더니아버님의행동이좀이상했다.자꾸하신이야기를또하곤했다.

어머님께물었더니며칠전부터그런다며걱정을했다.그길로병석에드신아버님은불과두달만에세상을떠나셨다.나는일때문에임종도지키질못했고,아내가대신했다.그래서늘고맙게생각한다.

나는항상기도한다.

건강하게살다가하나님이부르시는날홀연히떠나게해달라고.

이게이젠마지막소원이기도하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