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한 시월의 마지막 날

이형!창밖에낙엽이떨어지는걸보니이젠동장군이채비를차리는것같습니다.

지난시월초,푸른잎들이붉게물드는걸보며아,가을이구나했는데오늘이시월의마지막날입니다.

어떤가수의노래라도한자락나올만합니다만,웬지제마음은좀울적합니다.

60대에서마지막보내는가을이어서일까요.아니면어둑한도심의거리를내달리는차량들과종종걸음으로걷는사람들의행보가괜히제심금을자극한것일까요.

초저녁집으로가는길목에서마을버스창밖의우리동네입체교차로모습을휴대폰으로찍었습니다.

교차로의프라타나스도이젠붉은옷으로갈아입었네요.

스산한가을저녁에창밖을내다보니불현듯형과의지난세월들이되새겨집니다.

꼭반세기전인1964년,형과처음만났을때저는재수생이었고,형은J대학3학년이었지요.하숙집으로초대해서갔더니잘생긴김형을소개해주었었지요.

음악을좋아한다는공통분모로의기투합했던우리셋은하숙집주인여자가조용히해달라며통사정할정도로크게웃고소리지르며합창까지했었지요.

지금도기억합니다.제일극장부근의골목길안쪽에자리했던하숙집을요.

시끄럽다는주인여자의고함에집을나온우리는가까이있는남강변으로갔었지요.아마그때도늦가을이었던걸로생각됩니다.쌀쌀한날씨에움츠렸던어깨를힘껏펴기라도하듯셋이서목청껏노랠불렀지요.

아시지요?우리가잘불렀던그노래,박태준선생이미국노래를편곡한’냉면’말이지요."한촌사람하루는성내가서구경을하는데,이골목저골목다니면서별별것보았네,맛좋은냉면이여기있소,값싸고달콤한냉면이요,냉면국물더주시요,아이구나맛좋다"하던그노래.기억나시지요.

셋이어서앨토파트는빠졌지만기가막히게화음이잘맞았던그노래가아직도귓가에맴돕니다.

그뿐아니지요.셋이서길을가면서도화음을붙여노래를불렀지요.

그때이형은작은지휘봉을갖고다니며신나게지휘까지했었지요.길가던사람들이힐끗힐끗쳐다봐도의연하게지휘봉을흔들어대던형의모습이눈에선합니다.

이듬해제가고향을떠나며우리들만남은끝이났습니다.십년도더지나고향에서잠시근무했을때J여고에서교편을잡고있던이형을다시만났었지요.서로바빠차한잔으로끝났지만이상하게시월의마지막날저녁,형과의유쾌했던그만남이생각났습니다.

이형!아무래도이저녁에는형을생각하며노래한곡들어야겠습니다.

문득슈베르트의’음악에붙임(AndieMusik)’이생각납니다.잔잔한피아노반주를타고달콤하지만처연하게들리는디트리히피셔-디스카우의노래로듣고싶습니다.

몇년전,가을저녁에이노래를들으며눈물지었던기억이떠오릅니다.ㅎㅎㅎ

스산한가을저녁,아름다운노래에곁들여석류주한잔도있어야겠지요.

울적한시월의마지막날을보내며격조했던시간들을엮어형께글띄웁니다.

형의시월마지막날을위하여건배~

늘건강하시길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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