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펐던 프러포즈

며칠후면입대를앞둔청년을위해학생들은조촐한환송회를베풀었다.

12월초순,바깥날씨는매서웠지만톱밥난로는뜨거운열기를내뿜고있었다.교회예배실,벤치를둥글게놓고가운데탁상엔선물들과편지들이수북히쌓여있었다.

자,우리선생님을위해’석별의정’을부릅시다.학생회장의제안으로학생들은서로의어깨에팔을얹고목청을높였다.지도교사인청년의오른쪽어깨엔부회장A의묵직한팔이올라왔다.

날이밝으면멀리떠날사랑하는님과함께

마지막밤을지새노라면기쁨보다슬픔이앞서

떠나갈사이별이란야속하기짝이없고

기다릴사적막함이란애닯기가한이없네

송별회를마치고교회를나선청년은인근에있는A를찾아갔다.

A는인근시골에서진학해온여고2학년이었다.잘생긴얼굴은아니었지만총명하고사려가깊은소녀였다.

선생님,우짠일입니꺼.반색을하면서도의아해하는소녀를청년은잠시시간을달라며데리고나왔다.

둘은걸어서5분거리의M제과점에앉았다.성탄절이이십여일남았지만크리스마스트리가화려하게빛을발했고,스피커에선정훈희의’안개’가흘러나오고있었다.

빵과우유를시켜놓고둘은잠시말없이창밖만내다보고있었다.

잔뜩움츠린사람들이종종걸음으로뜀박질을하는모습을보다가소녀가먼저입을열었다.

선생님,무슨할말이있십니꺼.청년은좀뜸을들였다.별거는아이고니하고잠시이야기나나눌라꼬.

그러다가화제를슬쩍돌렸다.저노래말이다.안개라쿠는저노래가우짠지가슴짠하게들린다아이가.

섹스폰소리도그렇고우짠지안개가자욱하이낀강변을걸어가는그런느낌안더나.

청년이더듬거리며말을꺼낸건주문했던빵이한개남았을때였다.

내가매칠후모군에가는데…아물캐도…니가마이보고시플끼라.더듬거리는청년의얼굴을소녀는빤히쳐다보고있었다.그래,군에가도그전매이로…낼로…좋아할수있겄나.

청년의얼굴은빨갛게달아올랐다.그렇지만소녀의얼굴은태연했다.

선생님,그기무슨말인데예.그기,그랑께…낼로계속좀..생각해줄수있나그말이다.

그러자소녀가제법큰소리로깔깔거리고웃었다.그라모이기지한테프러포즈하는깁니꺼.

그로부터오십여년이흘렀다.

이젠반백의머리가된노인은그때를생각하면지금도얼굴이화끈거린다.

참말로어리석기는,우짤라꼬그리뜸을디맀을꼬.탁깨놓으모될걸말이다.

그나저나갸도인자환갑은훌쩍지냈을꺼아이가.지금오데서우찌살고있능고.

참말로세월은빠리다쿵께.

노인은콧소리로’석별의정’을흥얼거린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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