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봄처녀의 숨결이 들려온다

오늘은아침일찍부터서둘렀다.

병원이집근처라바쁠것도없지만아내가부지런을떤다.

작년12월하순,빙판에넘어져다리에깁스를했던아내가오늘검진을받는날이다.

세브란스병원은아침8시가조금넘었는데도부산하다.

안내센터를찾아가서휠체어를빌렸다.뒤에서밀며엘리베이터도타고고생좀했다.

아내는너무세게밀어머리가아프다며잔소리다.오늘은봉사해주기로마음먹었으니입다물었다.^^

깁스도풀고엑스레이까지찍었다.일찍서둘렀지만대기자들이많아한참을기다렸다.

담당의사는이제다나았다며집에서다리운동도하고조심하라는말로간단히끝냈다.

참으로감사한일이다.아내는진료실에서나오자마자딸과며느리에게문자를보낸다.

잠시후며느리의축하문자가왔고,딸은직접전화를걸었다.이게딸과며느리의차이인가.

딸이전화를끊기무섭게사위의축하전화까지날아왔다.ㅎㅎ

병원에온김에암병원에들러어제수술받고입원중인교우의병문안도했다.

아내를밀고이리저리다니느라더워서이마에땀이났다.머플러도풀고웃도리도벗었다.

밖에나오니햇볕이눈부시고봄날처럼따스하다.참으로기분좋은입춘날이다.

베토벤의’봄소나타’가어디선가흘러올듯도하다.

입춘을맞으면잊지않고떠오르는추억이있다.

1968년2월4일.그날나는이등병계급장을달고상무대육군포병학교에있었다.

그해의입춘은매몰찬눈보라가다가오는새봄을시샘하는듯했다.

화순어느산자락의야외교육장에서우리는벌벌떨며2와1/3톤차량의호로(천막)아래서차디찬무선기를만지느라고생했다.EE8무선긴가하는그쇳덩이는소름이끼칠정도로차가왔다.

우리는맨손으로조작을해야하는데도워낙손이시려장갑을낀채무선기를만졌다.

어느순간손등으로교관의지휘봉이날아들었다.그와함께카랑카랑한교관의목소리도.

야,이놈들아.그래갖고전쟁하겠어?총알이날아오는전쟁터에서손시렵다고장갑을낀채무선기를만지면어떡하겠다는거야.빨리장갑벗지못해.

그날눈보라가휘날리는야산에서우리는식어빠진점심을먹었다.

그나마눈이번쩍뜨였던건빨갛게무쳐내온무채였다.매콤하면서도달착지근하고아삭했던그맛.

그래서해마다입춘이돌아오면그눈보라치던야산과무채를잊지못한다.

기분좋은입춘절,봄처녀의버선발도이젠속도가붙었을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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