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슈베르트의연가곡에푹빠진적이있었다.
디트리히피셔-디스카우란불세출의바리톤을알았고,그가노래하는세개의연가곡을들었을때사람의목소리가저렇게도부드럽고아름다울수가있구나하는감탄을쏟아놓았었다.지금도그렇지만,’겨울나그네’의첫곡’밤인사’의구성진반주가흘러나오면알수없는전율같은걸느끼곤했다.
그러다가테너가노래하는연가곡을처음대했을때바리톤에게선찾을수없는또다른묘미를맛볼수가있었다.
비로드처럼부드럽고기름진바리톤과는달리테너가노래하는슈베르트의’아름다운물방앗간처녀’는생동감이넘치고톡톡튀는듯한감명을가져다주었다.
그감칠맛나는테너가바로피터피어스(PeterPears)였다.피아노반주는벤자민브리턴(BenjaminBritten)이었으리라.브리턴은저유명한’청소년을위한관현악입문’의작곡가로이름을떨쳤다.
그후오랜시간이흘러알게된건피어스와브리턴이동성애파트너였다는것이었다.이럴수가.
그사실을알고잠시의아해했지만그문제는덮어두기로했다.그들의음악만생각하면되었으니까.
음악가들중에는더러동성애자들이있다.
청소년을위한음악해설은물론지휘자,작곡가에피아노연주자로도유명한어떤사람도동성애자라고들었다.그래도나는그를엄청좋아한다.그의훌륭한음악들을.
서울시장박모씨가서울을동성애자들도포용할수있는도시로만들겠다고한소리했다가빈축을사긴했지만,이젠동성애가그토록혐오스럽게생각되지않는세상을우리는살고있다.어떤연예인은티비에나와자신이동성애자라고부끄럼없이말할수있는세상이되었다.
그렇지만차이코프스키가살았던19세기후반의러시아는전혀그렇지못했었다.
불과10여년전만해도차이코프스키가동성애자였단얘기를누구도하질않았다.
물론지금도터놓고그런얘길하진않지만,많은사람들이그가동성애자였다는데의문을가지고있다.
우선그의불행했던결혼이그걸뒷받침해주고있다.차이코프스키가제자안토니나밀류코바와결혼하기전에그는소프라노여가수와사랑에빠진적이있었다.
그가열살때인1850년아버지의뜻에따라상트페테르부르크법률학교예과에입학했다.1859년학교를졸업한차이코프스키는법무성에취직했지만음악에의꿈을저버릴수는없었다.2년후인1861년안톤루빈스타인이설립한페테르부르크음악원에입학했고,졸업후모스크바음악원의교수가되었다.
1868년봄이탈리아오페라단의소프라노가수였던데지레아르토를만나사랑에빠졌고결혼을약속했지만아버지를비롯한주위의반대로뜻을이루지못했다.결국여가수는스페인출신의바리톤가수에게시집갔다.그때부터그의인생살이는꼬이기시작했다.
그로부터8년후인1876년9월서른여섯살의노총각차이코프스키는동생모데스트에게편지를보냈다.
"나는요즘많은생각을하고있다네.나자신과나의미래에관해고민끝에결혼하기로마음먹었네."
무엇이그의마음을초조하고급하게만들었을까?다음해인1877년7월6일차이코프스키는제자밀류코바와전격적으로결혼했다.아쉽게도그결혼은7일간의신혼여행후종지부를찍었다.결혼후9주만에파국이왔다는기록도있지만,어쨌거나그는짧은결혼생활을정리했다.
자료를보면,밀류코바의반대로법률적인이혼도하지않은채갈라섰다고한다.
심지어그가모스크바강에서자살소동을벌이기도했다.이유는신부밀류코바가동침을요구하자강물에뛰어들어자살을시도했다는것이다.참으로아리숭한일이다.
그렇다면그의결혼에의문부호가따를수밖에없다.
왜그는원하지도않은결혼을감행했을까?그가그토록여자를멀리한데는무슨이유가있었을까?
그가동성애자였기에여자를멀리했던것일까?
1편에서말했듯이그는비서알료사와10년간사랑에빠졌고,그의어린조카다비도프에게매료되었다고한다.조카가큰부담을느꼈을정도로.
그가콜레라로위장한자살을택한것도툴몰공작의조카와동성애를했기에그로인한법률학교동창들의강요에의한것이었다는설도나오고있는것이다.
그가제자와의원치않은결혼을했던것도동성애를은폐시키기위함이었을지도모를일이다.
여기서하나짚고넘어갈게있다.차이코프스키는모친에대한사랑이무척강했었다.
그는6남매중둘째로태어났고,부친은광산의감독관이었다.강한부친에비해모친은프랑스어와독일어를구사할정도의교양을지녔고피아노와하프를연주했다고한다.
그의음악성은모친으로부터물려받았다고볼수있다.
뿐만아니라그는모친을무척따랐다고한다.열살때법률학교에입학하고그를데리고온모친이돌아가려고하자소년은모친이타고가는마차에뛰어들었을만큼모친을사랑했다.
아마도그연유로여자를보는차이코프스키의시선이모친을대하듯비뚤어졌던게아닐까.그잘못된시선이결국그를동성애자로만들었고여자를어머니로생각하다보니동침조차도두려워한것이아닐까.
많은가능성은있지만그렇다고차이코프스키가동성애자였다고단정할순없다.
그의죽음조차병사인지자살인지가분명치않으므로.
그래서그의삶에는많은의혹들이있다.다음에얘기할메크부인과의관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