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만난 새벽
작년 11월 할아버지 묘소를 이장하기 위해 밤 차로 고향에 내려갔다.
동생과 찜질방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은행에 들렀다.
대로 변에 자리한 그 은행 앞엔 인근 시골에서 과일이며 채소를 가져온 여인네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있었다.
아직도 동이 트기 전의 미명인데, 대개는 일흔을 훨씬 넘긴 듯한 할머니들이 졸린 눈길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물건 사러온 줄 알고 소리를 지른다.
아자씨, 이거 좀 사이소. 달고 맛있어예. 한무디기(묶음)에 오천 원입니더.
마이 주께예(많이 줄게요).
참으로 정겨운 고향의 사투리다.
마치 예전에 들었던 할머니 음성이 생각났다.
어쩌면 어머님의 목소리였는지도…
발길을 돌리는 내 눈가에 설핏 이슬이 맺혔다.
며칠 후면 설날이다.
이젠 고향 갈 일도 없으니 이 사진이나 보며 향수를 달래야겠다.
(올렸던 새벽 풍경 사진이 떠지 않아 촉석루 사진으로 대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