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눈을떠자마자아내에게카톡이날아왔다.
그런데재미있는건뽕짝풍의’까치까치설날은’이문자와함께흘러나온것이다.
이른아침에듣는설날노래는의외로깜찍했고우리내외는서로를보며활짝웃었다.
노래는가만히내맘을흔들었고어린시절의설날을잠깐생각해보게만들었다.
지금에야설날이래도별감정없이시큰둥하지만그래도그시절엔손꼽아기다리던큰명절이었다.
티비를켜니방송들은아침부터고속도로통행상황을점검하느라부산했다.
요즘은고속도로에다순환고속도로들도많아도로가주차장이되는일들은없다.그렇지만7,80년대는경부,호남고속도로뿐이어서고향진주까지는무려열시간을넘겨야하는고된귀성길이었다.
대개자정쯤고속버스를타면다음날점심때라야도착했으니참으로힘든길이었다.
그래도반갑게맞아주는부모님과동생들이있어그길은언제나가슴설레는길이기도했었다.
고향집에들어서면그때부터는내세상이었다.
그시절만해도여자들은무조건음식준비에매달려야했고,남자들은한상잘차려놓고화투판을벌였다.
형제들은서로의비자금을넘보며고스톱을외쳤지만그건형식일뿐오랜만에만난회포를푸는즐거운자리기도했다.막내동생은막걸리심부름하기에바빴고다른동생은명태뜯기에바빴으니까.
지금도아내는그시절을되뇌이며’무심한’진주남자들을흉보곤한다.
그렇지만지금은,참으로무료하고따분한까치설날이되었다.
이젠맏이인내가명절준비를해야만한다.동생들은명절아침에왔다가식사만나누고가니예전의좋은시절은물건너간지오래다.음식도아내가대충준비하면아들네가족은하루전날집으로온다.
부침개는며늘애가만들어서오니번거로울것도없다.가족들이모여식사를함께하는즐거움은있지만손주들이이젠고1,초5가되다보니데리고놀수있는나이도아니다.
무료함을달래기위해티비채널을돌려보지만수많은채널이있어도볼만한게없다.
영화도대개가젊은이들위주로편성해서내정서와는맞질않다.구닥다리인나는아직도찰톤헤스톤이나오마샤리프가나오는’벤허’나’닥터지바고’풍의영화를좋아한다.
아니면김진규씨가나오는’사랑방손님과어머니’같은우리영화라도했으면좋으련만그도아니다.
그렇다고궁상맞게디비디를틀고있을수도없고,참무료하다.
마지막카드는하나.유투브에서음악을찾아들었다.
바흐의’독주바이올린과쳄발로를위한여섯개의소나타’다.
헨맄쉐링(HenrykSzeryng)의바이올린과헬무트발차(HelmutWalcha)가쳄발로를연주한다.
헨맄쉐링!젊은시절그가연주하는베토벤의’봄소나타’를들으며얼마나불면의밤을지새웠던가.
잔잔한쳄발로의애잔한선율이가슴에파문을일으키고그걸위로라도하듯바이올린의구성진선율이물결처럼밀려나온다.아,이처럼아름답고멋질수가!
명절음식을안주삼아막걸리라도한잔해야겠다.
어쩌면이밤이더없이오붓하고넉넉한까치설날이될것만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