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막퇴근하려는데친구A에게서전화가왔다.
설연휴는잘지냈느냐는통상적인인사끝에친구가오늘저녁소주한잔하자고했다.내가아내의발을핑계대며머뭇거리자좋은소식이있다며갈비로거하게쏘겠다는제안까지했다.
이번에도을지로3가인근갈비집에서만났다.
친구는자리에앉자마자갈비부터푸짐하게주문했다.
맛집으로꽤소문난집이어서가격이만만치않은데도호기를부렸다.갈비굽는시간이좀걸리자친구는밑반찬에빨간딱지소주부터갖고오라며채근을했다.
잠시후서로의건강을기원하는건배가있었고,한잔을털어넣기바쁘게좋은소식이뭐냐며물었다.
친구는내잔에소주를채우고는말을꺼냈다.
친구야,지난연초에니하고만나서호프집에서한잔했다아이가.난중에둘이서고등학교교가도불렀고.
그날니한테욕도엄청시리얻어묵었다아이가.기억나나.내가연금도받고시장점포세도받음서추접거로대학동창회사서얼급재이한다꼬니가울매나쿠사리좃노.막말로그리살라쿠모마누라하고갈라서든지안그라모별거라도하라꼬니가엄청시리몰아부칫단말이다.
담날가마이생각해봉께니말이맞는기라.그래서이걸우쨌시모조컸는지좀생각해봤다쿵께.
그래,무신좋은결론이라도내맀나.
어허,깝치지말고술이나한잔하자.자,한잔묵으라.
이런마가사람조갑증나게만드네.무신결론이났는지,니말마따나좋은소식이머인지알아야마시든가말든가할거아이가.뜸디리지말고말해봐라.
니가깝치상께얼릉털어나야되겄다.사실은이번설날아아들이집에모있다아이가.아들,딸에매느리하고사우까지말이다.일부러내가불러모은기라.할말이있다꼬.마누라도무신일인가시퍼서궁금해죽을상이더라꼬.아물캐도중대발포를할라쿠모맨정신으로는안될거겉테가꼬저녁묵음서소주도한베이마싯는기라.큰놈이아부지,무신말씀인지함해보이소쿠길래그래,알았다캐노코는확쏟아부삔기라.
멀쏟아붓다말이고.설마오바이트항건아이것제.
일마가머라쿠네.그기아이고팽상시하고줍던이약을햇빗단말이다.
그래,무신말인데?
들어봐라.마누라하고자슥들앞에서속엣말을털어났지.내가칠십이넘또록문서업는종이되가꼬십년전에정년퇴직하고도제우이년쉬다가다시친구놈회사에들어가서이때까지댕깃는데인자더는몬댕기겄다.그랑께삼월부터는직장때리치우고내하고줍은거하고살란다꼬선언을항기라.
그랑께반응이우떳터노?
친구는소주한잔을비우고말을이었다.
내가글쿵께마누라는죽을쌍인데큰놈이아부지,그라모머하고사실낀데예하고묻능기라.그래내가글캤지.아부지는꿈이늘그막에고향가서오막살이하나지어노코지리산등산이나함서질겁게사능기마지막소원이다.그랑께너거들도그리알고내하는일에훼방말아라.
그래서아들이머라쿠던데?
야,아들놈이그리키나지애비를생각했는줄몰랐다쿵께.아들이머라쿠는기아이라글안해도아부지가이때까지고생하싯는데칠십이넘어서꺼정회사댕기는거보고진작말씀디릴라캤는데잘댔네예.앞으로아부지하시고싶은데로우리는아무소리안하고건강하고기분조케사시는것만볼랍니더쿠더라꼬.
야,너거아들참말로효자다.그래,너마누라는멀쿠데?
마누라?하,말도말아라.내하고둘이만있실때는죽어도안댄다꼬펄펄뛰더마는아아들이조타꼬들고나옹께아뭇소리도몬하고있능기라.아들이어머이도갠찬치예항께너거가조타쿠모그리해라하고두손을드능기라.친구야,이리기분조은소식이또오데있노.그랑께니하고축하주안묵게생깄나.
그래,잘댔다.니말들응께십년묵은체증이내리가는기분이다.그라모고향에도한분댕기와야되겄네.
하모,글안해도삼월초에내리갈라쿤다.니도같이갈래?
우리는친구의’해방’을축하하며연신술잔을기울였다.
만면에웃음꽃을피우고좋아하는친구를바라보는내맘은편치않았다.오히려처연한생각이들었다.
친구는고향가서지리산등산다니며재미있게살터인데나는언제까지이러고있어야하나.
친구가따라주는술이이날따라쓰게만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