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3월초하루가되면떠오르는추억이있다.
어렸을적국민학교운동장에서3.1절기념식을하며만세삼창을했던기억이나유관순열사를기리는그런추억이아니다.단언컨데,나도애국자라고스스로작심하고있긴하지만,이날생각나는건그런애국과는동떨어진화끈한여행의추억에서비롯된기억들이다.
오래전의여행이었지만,앞으로다시는그런여행을할수없겠다는안타까움에서추억의실타래를풀어본다.
그여행을떠난것은지금부터14년전인2001년2월28일이었다.
다음날이공휴일이라며칠전부터마음맞는친구들끼리좋은데가서재미있게놀고오자며머리를맞대었다.그러다가흉허물없는고교동창다섯이모였고여행지도동해안으로정했다.
그날오후다섯시께우리는봉고를빌려서울을떠났다.다섯명이지만승용차를이용하지않은것은오랜시간좁은차를이용하는게피곤할것같아서였다.
중부고속도로를타고가다가영동고속도로로바꿔탔다.
저녁식사는내가제안해서원주에서막국수를먹었다.80년대말강원도를다니면서많은곳의막국수를먹었지만이곳N막국수가내입에는가장좋았다.
저녁을먹고강릉쪽으로달리는데새말휴게소를지나자밤안개가고속도로를뒤덮었다.다음날이휴일이언선지차량들도붐볐는데밤안개를더듬으며달리는감회는참으로색달랐다.
운전대를잡은친구는죽을맛이었겠지만우리는밤안개속의여행이마치동화의세계로빠져드는듯한묘한감흥으로박장대소를하며콧노래까지흥얼거렸다.
강릉을지나정동진에도착한시간이밤열한시쯤이었다.
야심한시간이었지만그밤의정동진은관광객들로들끓었다.우리는차를백사장옆에세워두고조개구이집으로직행했다.잔소리하는마누라를떠난자유로움이었는지우리들다섯은추호의거리낌도없이맛깔스런조개구이에소주를잘도마셔댔다.가뜩이나목소리가큰’갱상도’남자다섯이모였으니그방만하고끝간데없는호쾌함이란…우리는송강정철이’꽃꺾어산算놓고’술잔을기울였듯서로의어깨를두드리며도회지에서의찌든감정들을술로깨끗이맑히자며건배를외쳤다.
술자리를파하고노래방에들러한가락씩목청을뽑고나니시간은새벽두시였다.
우리는다섯시쯤동이털터이니차안에서밤을지새우기로했다.세시간만자고일어나반드시일출을구경하기로약속까지했다.
낯선포구백사장에서의하룻밤은그렇게지나갔다.철썩이는파도소리를자장가삼아…
술이과했을터였다.다음날아침우리가눈을뜬건일곱시도훨씬지나서였다.
일출을못봤다며투덜거리던우리는차창밖을내다보다가깜짝놀랐다.창밖에는봄비가부슬부슬내리고있었던것이다.우리는차중회의에서일정을바꾸었다.당초계획은무리해서라도포항까지갈요량이었지만비때문에울진까지만가서바다구경이나실컷하고오기로했다.
봄비가내리는동해안길은낭만그대로였다.
좌측으로푸른동해바다를내다보며빗속을달리는기분은운치가있었다.
한참을달리던우리는마춤한포구를발견하고차를댔다.임원항이었다.
오전아홉시께였는데바닷가에식당들이있었다.우리는그중인심이후해뵈는노인부부가손짓하는식당으로들어갔다.포구가한산해서였는지활어값도싼편이었다.
우리는아침부터생선회를시키고매운탕까지곁들여어젯밤의못다한여흥을풀기시작했다.
운전대를맡은친구,요행히그친구는술은고사하고밀밭에만가도취한다는친구를제외한넷은아침부터허리끈들을풀었다.봄비가분위기를맞춘데다해방되었다는안도감때문에기분들이고조되어그만마시자고말리는친구는아무도없었다.모두들기분좋게술잔을권했고사양함없이마셨다.
기분좋게취기가오른우리는뜨거운물에몸을풀기로했고,식당주인의권유로덕구온천을찾았다.
아침술이과해서였겠지.덕구온천에서의일정도괜찮았지만정확한기억은없다.
귀경길에동해시에들러망상해수욕장인근에서대구볼때기로점심을했다지만,그또한아리송했다.
그럭저럭돌아오는길에어떤포구에서해산물들을잔뜩사서아내의환심을사려고했지만그것역시그렇게좋은소리는못들은것같다.
그렇지만,한가지.내삶에있어그만큼자유롭고유쾌했던여행은처음이었다.
참으로화끈했던동해안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