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유가 얼마 만이냐!

지금에사하는말이지만,지난석달은내게있어참으로힘든시기였다.

작년12월20일그날,김포에서조블몇분과기분좋은모임을갖고돌아온날,아내는길위의빙판에미끄러져오른쪽다리가검붉게멍들어있었다.대낮의음주로미안했던데다가아내가다리까지다쳤으니그때의내맘은낯을들수가없었다.퉁퉁부은다리를보며맘속으로사죄를할수밖에.

그날이후내삶은온전히아내의뒷바라지가전부였다.

책을만드는일을한지도서른해를헤아리게되었지만아내와나는거래처가달랐다.

지금은오히려아내의일이많아내가교열이나교정같은걸도와주고있는편이다.다행히아내가진행했던큰일은마무리가되어문제가없었지만작은일몇가지가남아있어내가해야만했다.

그일을하면서느낀게많았다.어떻게그런손많이가는일을하면서한번도내색않고할수있었을까.

매일아침마다사무실로출근하면아내는그날해야할일들을메모로건네주었다.

하다보면내성격엔도저히하기힘든일들이많았다.그런데도늘군소리없이웃으며해왔다니,아내가크게보였다.다리를다쳐잠시쉬는건그동안열심히했으니휴식하라는보상이었을거란생각이들었다.

아침마다쌀을씻고아내의자문을받아가며음식을장만하면서많은걸느꼈다.

지난43년간졌던빚을그백분의일이라도갚는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설거지하고집청소하는게그렇게고되지않았다.빚을갚는다고생각하니오히려홀가분했다.

그렇지만솔직하게힘든것도많았다.연말연시에친구들의모임도사양해야만했고,퇴근하기바쁘게집으로돌아와야만했다.깁스를한채기다리는아내의얼굴이눈에밟혀서.

그런날들을지금까지80여일해왔었다.

밀렸던일들도잘마쳤고아내의다리도많이나아졌다.

이젠혼자서버스를타고한방병원정도는다닐수있게되었다.

아직까지운전하기엔어려울것같다.며칠전석달여세워둔차에가보더니운전하기엔자신감이없다고했다.

세브란스병원의사는다나았으니집에서다리운동이나하라고했지만동네정형병원에다녀왔다.

의사는매일5리이상걸어야된다면서탁구정도는하라고권면했다.

이젠집에서도주방일은아내가하고있다.자식들이와서설거지감이많으면내가도우지만.

덤으로내생활도좀달라졌다.

이젠밖에서친구들만나는일을자제하고있다.

전에도그랬지만내가먹고싶은건직접사와서내손으로만들어한잔씩한다.

지난주나흘간집에서쉬며매일술을먹었더니내게금방기별이왔다.속이시원하지않고더부룩했다.

위암으로돌아가신할아버지생각이났다.그래서아내에게매주월,목요일에만한잔하겠다고약속했다.

그날이오늘아닌가.그래서즐겨다니는S쇼핑에서연어회대신참치회를사왔다.

아내는잠자러가고혼자서서재에앉아막걸리를따랐다.

오늘밤은즐겨들었던씨디를꺼냈다.’클래식러브(ClassicLove)’.

엘가의’사랑의인사’로시작하는이음반은베토벤과드뷔시의’월광’도있다.그가운데내가좋아하는곡은따로있다.쇼스타코비치의피아노협주곡2번’안단테’.오래전부터즐겨들었던곡이다.

오늘그음악을다시들어본다.참치회와막걸리를곁들여.

이런여유가얼마만이냐!.맘놓고좋은음악들으며맛있는생선회와한잔하는게.

모든게감사할따름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