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3월은내게있어무척이나고단하고힘든시절이었다.
1964년2월초였던가.난생처음상경해서대학입시를치렀지만결과는낙방이었다.
지금생각해도당연한결과였다.고교2,3학년내내공부는뒷전이었고고전음악에빠져있었으니까.
그래도시험을치르고종로서적인가에들러베토벤의피아노소나타전집두권을샀다.피아노도못치면서무슨배포로그책을샀는지지금도의문이다.^^아직도그두권의전집은고히모셔두고있다.
또하나,나를학교까지안내해주고자신의하숙집에며칠동안묵게해주었던고교선배의배려로극장에서’작은아씨들’을감상했다.그영화가좋아지금도컴에저장해두고종종추억을되새기며보기도한다.
친구들은대학에붙었다고상경했지만재수를해야하는내심정은참담했다.
그나마친했던친구R이낙방해서봉래동에있는그의하숙집을들락거리며마음을다독였다.
그러다가친구와생각해낸게고전음악감상모임을만들자는것이었다.친구역시음악을좋아했고호주선교사사택에서베토벤의’월광소나타’도함께들었던적이있어의기투합했었다.
먼저감상모임을지도해줄고문을모시기로했다.
한분은음악교사가없었던우리학교까지오셔서음악을가르쳐주셨던진주농고(현경남과학기술대)C선생님을모셨다.그때선생님댁은가마못지나비봉산너머있었는데그곳까지두번인가찾아가서만나승락을얻었다.
한분으로는안될것같아진주교육대학음악교수를섭외하기로했다.당시음악교수는P씨였는데이분은후에서울H대학음대학장을지냈다.
P교수는생면부지였지만우리는무작정학교로찾아갔다.
3월중순께였을까.교수실로갔더니그분은낯선우리를따뜻하게맞아주었다.
후리후리한키에귀공자풍의교수는커피까지손수끓여주며값진일을한다고격려해주기까지했다.
우리가내민노트의고문란에기꺼이서명해주었고2학년여학생두명을회원으로추천해주었다.
흡족한마음에구수한커피한잔을마시고있자교수는LP음반한장을꺼내더니턴테이블에얹었다.
짧은북소리에이어흘러나오는유려한선율,베토벤의바이올린협주곡이었다.
협연자는명장얏샤하이페츠였던걸로기억한다.
가슴벅차고때로는애간장을이우듯감동의회오리를몰고왔던그음악을들으며우리는숙연히앉아있었다.
오른손으로작은박자를그리며삼매경에빠졌던우리는곡이끝나자인사를드리고나왔다.
명곡의향기에취해교정을나오다가큰느티나무밑에서둘은기념사진을찍었다.
누구의호의로또는어떤사진기로찍었는지는기억에없다.음악에취해서였을까.
3월에만난베토벤은우리에게큰감동과용기를안겨주었다.
루드비히판베토벤(LudwigvonBeethoven),오는3월26일은그의188주기가된다.
1827년3월그날마지막숨을몰아쉬며악성樂聖은말했었다.
"제군들,박수를쳐라.연극은끝났다."
봄이저만치오는따스한오늘,그의바이올린소나타5번’봄(Spring)’이라도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