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후이른시간에퇴근했다.
2호선시청역에서사람들이타는데그속에친구S가보였다.마침옆에빈자리가있어친구의손을덥석잡았더니깜짝놀란다.고향에서중,고교를같이다닌동창이다.고3때는친구도인문반이어서한반에서같이공부를했었다.
친구는평생법원에서근무하다가퇴직하고지금은법률관계사무실을차려일하고있다.버버리코트를입고낡은가방을든모습이형사콜롬보를닮았다.^^
친구는그래도한을풀었다.딸둘을두었는데큰딸은명문대를나와현직검사로있다.사위도판사여서친구들은자식농사잘지었다며부러워들한다.그래도친구는평생자동차도없이대중교통을이용하며후줄그레한차림으로다닌다.그래도친구들을좋아해서잘못마시는술이지만모임에는빠지지않는다.
어디가느냐고물었더니등기소에볼일이있어가는길이란다.
얼마안가내가내릴신촌역이어서다음을기약하며헤어졌다.
친구S를만나니지난일들이떠오른다.
내가60년대중반고향에서음악감상모임을했을때S의동생이열심히참석했다.곱상한얼굴에차분한성격이었는데,그가친구의동생이란것도오랜세월이지나재경동창회에서만난S가말해주어알았다.
그당시모임에고교후배K가나왔고열성적으로도왔다.나는몰랐지만K와S의동생이절친하게지냈고후에K의여동생과S의동생이결혼했다고한다.
그러나둘의결혼은몇년후이혼으로종지부를찍었다.S의동생은얼마후미국으로이민갔다고한다.
십수년전이얘기를S로부터전해듣고가슴이아팠다.
그래서재경총동창회에수소문해서K의전화번호를알게되었다.
연락을했더니수화기너머에서K의목소리가들렸다.그도나와의통화를무척반기면서요즘도고전음악열심히듣고있다며자랑을했다.
전화로주고받은그의사연또한예사롭지않았다.
서울에서건축관련일을하면서꽤큰성공을거두었다고했다.그러다가하루아침에회사는부도가났고충격을받은그는자살을결심하고무조건강원도의오지奧地를찾아갔다고한다.
그의발걸음이머문데가J군이라고했다.그렇지만죽으려고찾아간그곳이너무마음에들어살기로마음을바꾸었단다.그곳에서작은사무실을차리고건축관련일을하고있다며한번놀러오라고했었다.
그곳은나도자주갔던터라가겠다고약속해놓고벌써십수년이흘렀다.
지금쯤은K도기반을닦고열심히살고있으리라.고전음악도실컷들으면서.ㅎㅎ
얽키고설킨인생살이,사람사는게이런것인지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