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3월의 마지막 금요일

오늘1박2일일정으로가족들이여행을떠난다.

올해는우리부부가고희를맞는해이기도해서동해안으로가족여행을떠나기로한것이다.애당초계획은둘이서만남해안이나제주도로여행을갈생각이었지만자식들이봄도되었고모처럼가족끼리다녀왔으면좋겠다고나서는바람에판이좀커졌다.

우리부부와아들네넷,딸네넷해서도합열명이지만고1손자가학교수업과과외로도저히빠질수가없어며늘애까지둘은함께하지못해아쉽기는하다.사위는회사주주총회가오늘이고금요일휴가는어렵지만간신히승락을받았다고한다.어쨌거나가족여행은우여곡절이많다.

오늘하루종일차를타야할형편이어서어제밤엔평소보다일찍잠자리에들었다.

실컷잤다고생각하며깨어보니오전한시다.다시잠을청해보지만쉽게올것같지않다.

노트북을열고블로그를처음시작했던당시의기록들을보니오늘이주피터음악회의첫정기감상회날이었다.

2012년5월20일의글을읽다가새삼스럽게그날의일들이떠올라추억을더듬어보았다.

첫감상회는진주도립병원부근의마돈나다방에서열렸다.

그때만해도중소도시의다방에서고전음악감상회를연다는것은무척도전적인일이었다.다방을이용하는대다수의사람들이상담商談을하거나종업원을불러놓고농담따먹기나하는사람들이어서쿵쾅거리는고전음악을좋아할리만무였다.실제로멋모르고들어왔다가낯선음악이흐르고분위기가조용하니까그냥나가버리는사람들이많았다.

그걸보며다방주인(사장혹은마담)에게얼마나미안했는지모른다.

그런어려움을예상하면서도마돈나다방여자주인은선선히허락해주었다.

실내는아담했고여남은개의테이블이있어4,50명이모일만한장소였다.감상회에오는손님들께는티켓을팔았는데당시커피값수준의금액이었다.

간단한순서지는내가직접가리방을긁어교회에서등사기로밀어마련했다.

그날감상곡은’고전음악의대중화’란취지에맞게베토벤의교향곡5번’운명’과모차르트의세레나데13번’아이네크라이네나흐츠무직’이었다.

중간에가벼운곡들을들려주며티타임을가졌고거의자리가찰정도의청중들이모여우리를흡족하게만들었다.

감상곡해설은내가맡았는데그날이후단골해설자가되었다.

특별히고문으로추대한진주교대P교수와진주농고C선생이오셔서축하의말씀을해주기도했다.

지금도기억나는건이날감상회를축하해준친구의선물이었다.

그친구역시대학입시에낙방했다가이듬해S대에들어갔는데,이날음악회이름이새겨진고무인장과두장으로된슈베르트’겨울나그네’LP음반을사들고온것이었다.

고무인장에는잇단8분음표를입에문제비와그아래반원으로한글로고를멋지게만들어주었다.

그인장은유용하게썼는데다음해내가부산으로가면서후임자에게인계했다가분실되고말았다.

또하나,감상회를시작할때서곡으로주페의’경기병서곡’을띄웠다.트럼펫의팡파레가시작을알리는곡으로안성맞춤이었다.마치는종곡終曲으로는비제의’알르르의여인’모음곡중마지막곡’파랑돌’을선곡했다.

가끔두곡을들을때면그시절의상념想念에빠져들기도한다.

51년전인1964년3월의마지막금요일을이새벽추억해보았다.

그때나는열아홉살의풋풋한청년이었다.ㅎㅎ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