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3)

내가지금까지마음속으로만생각했던걸털어놓을란다.

아빠,무슨얘기인지서두가묵직한걸보니괜히걱정이되네요.

선혜가딱딱한분위기를누그러트리려는듯우스개소리를했다.

뭐,별이야기는아니고…이젠너도시집을갔으니까내인생살이를다시시작할생각이야.

다시시작하다니,혹시좋은사람이라도생겼어요?

야가무슨소릴하는거야.그런말이아니고고향에내려가서살생각이다.선혜너한테는얘길안했다만거처도진작마련했고마침고향후배가지역신문사를하고있어나하고같이일했으면하기도해서이참에고향으로내려가기로했다.

그러면이집은어떡하고?

아,고향에가더라도잠간씩서울도올라와야할터이니집은그대로두고옷가지만챙겨가면되지.

글쎄요.아빠가일때문에내려가신다면어쩔수없지만식사문제도있고…괜찮으시겠어요?

밥이야밖에서해결하면되고,너알다시피아빠가밥도잘하잖아.간단한반찬까지…어때?애비가고향내려가는것찬성하는거지?

그래요.종종서울오셔서건강한얼굴이나보여주시면좋겠네요.

사위동현이까지찬성하니선혜도더이상말이없었다.

고향가는문제는쉽사리해결되었다.

며칠후,옷가지몇점을챙겨든영호가고향가는버스를탔다.

서울을출발한버스가경부고속도로를달리다가대전에서통영가는고속도로로들어섰다.

무주를지나고장수,함양을거쳐산청읍내에서잠시섰다.다시진주로향하는국도로들어서자영호의눈에푸른대나무밭이들어왔다.

아,대나무.저대나무밭을보니고향에왔다는실감이나는구나.

통영가는고속도로가뚫리기전에는마산에서남해고속도로를탔다.그때도버스가함안,의령을지나진양군지수톨게이트만들어서면길옆에울창한대나무숲이있었다.이처럼대나무는영호에게고향을상징하는나무가되었다.

지금은고향진주에대나무가많이없어졌지만어린시절이었던60년대만해도남강변에대나무숲이울창했었다.지금시외버스터미널이있는장대동쪽에서배건너칠암동을쳐다보면대나무숲이대단했었다.

그러던것이진양호댐이완공되면서도동지역이개발되었고그좋던대나무숲도없어졌다.들리는얘기로는대나무꽃가루가건강에좋지않다고해서일부러베어버렸다고한다.

어린시절,엄동설한에까마귀떼가새카맣게하늘을덮으며까욱거리며울다가대나무숲에둥지를틀고날아들었다.할머니는까마귀떼가울면침을퇴퇴뱉으며뭐라고중얼거리곤했다.까마귀의울음소리가가져다주는불길한예감을지워버리려는주문이었으리라.

그래서영호는고향을떠올리면늘대나무를생각하고는했다.

아파트가있는신안동에서짐을푼것은오후네시께였다.

먼지가내려앉은실내를청소하고샤워까지마친영호는친구정식에게전화를넣었다.

신호음이가고잠시후친구목소리가날아들었다.

어,오데고?

인자고향에왔다.조금전에.

그래?반갑다.만나서한잔해야될거아이가.

그래,저녁에만나자.오데서만나꼬?

니가생선회좋아하제?그라모저녁일곱시에옛날진주극장앞에서만나자.친구들도두엇이델꼬가께.

오케이.

전화를끊고남강쪽으로난창문을열자반가운고향의공기가얼굴을때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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