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와윤서,편집팀기자셋이찾은곳은시내중앙시장북편에자리한C식당이었다.
소문에따르면일제강점기인1927년에문을열었다니90여년을헤아리는노포老鋪였다.진주시내에도비빔밥을전문으로하는식당이몇곳있지만그래도오랜연륜을자랑하는집이어서첫손가락에꼽아주고있다.
요즘은방송덕분에전국적으로많이알려졌지만비빔밥하나만놓고보면불만이많은곳이기도했다.
박팀장,진주비빔밥이다른비빔밥에비해뭐가특징인지압니까?
자리에앉자마자영호가좀전에인사를나눈편집팀장박진기에게물었다.진기는인근하동군출신으로40대중반이었다.진기는머리를극적이며자신없는투로말했다.
글쎄예.지가진주서학교도오래댕겨서이런거저런거는좀알고있십니더만,비빔밥은좀그렇네예.아,알겄다.비빔밥에계란후라이안올라가는거그기다른비빔밥하고다릉거것십니더.
그러자편집팀여기자둘중나이든아가씨가나섰다.
팀장님은겨우계란가꼬이야기하는데예,진주비빔밥은꽃밥이라쿠기도하고칠보화반七寶花飯이라꼬부른다아입니꺼.일곱가지색깔로맨든꽃밥이라꼬예.
여기자의말을받아영호가물을한모금마신후말했다.
그래요.계란후라이없는것도맞고칠보화반이라부른다쿠는말도맞십니더.그란데진짜중요한게빠졌네요.그기뭔고하모첫째로밥을사골국물로짓는다쿠는거,두번째는보탕국이들어간다쿠는깁니더.보탕국이뭔지압니꺼?반지락(조개)을곱그로다져서참기름으로볶다가물을붓고끼린단말이지요.그게간장으로간을맞춘게보탕국이라요.그걸난중에밥우에다가올린다말이지요.세번째로속대기라꼬돌김알지요?그걸실파하고무치서올리는거,마지막으로선지하고소간,허파,천엽겉은내장하고무,토란대,대파겉은걸넣고끼린선짓국이진주비빔밥특징이라말입니더.
얏다,고문님은운제그리공부했십니꺼.놀랫십니더.
진기가놀란표정을지었다.
그기고향떠나객지생활함서향수에젖어배운거라요.
주문한비빔밥이들어오는바람에이야기는중단되었다.
고문님,대낮인데소주한잔우떻십니꺼.
윤서의말에영호가화답을했다.
아,사장님이사주신다쿠는데싫어할사람이오데있소.
소주를곁들여건배를나누며분위기는살가워졌다.
이거보래,진주비빔밥에는대충다섯가지제철채소가나물로올라가는데절대로콩나물은안들어가지요.대신질금(숙주)나물이들어가지요.그란데선짓국에콩나물이들어가지마는그때는대가리를떼고들어간단말입니더.지금이비빔밥에는없지마는예전에는노란창포묵을꼬추장우에올린다꼬요.생각해보이소.노란놋그릇에흰밥을담고다섯가지나물을넣고그우에보탕국,빨간육회에노란창포묵까지색깔이기가맥힌다말이지요.그래서꽃밥이라쿠는이름이진주비빔밥에붙었단말입니더.
소줏잔을기울이며내뱉는영호의장광설에기자들은숟가락질을멈추고쳐다보았다.
자,한잔씩더하자꼬.앞으로고문님모시고이런이야기자주나놔야되겄네.
윤서의말에영호가맞장구를쳤다.
조오치,우리고장음식들을찾아서재조명해보는일도좋은기삿감이라꼬.안그렇소,박팀장.
점심을먹고나오니시간은오후두시가넘었다.
윤서와기자들은신문사로가고영호혼자시장구경을나섰다.중앙시장은서부경남에서가장큰재래시장으로그역사도백수십년에이르는장터였다.
영호는어릴적어머니를따라자주시장에갔었다.그때식료품가게에서색다른걸본적이있었다.큰유리병에담긴빨간색의열매였다.그열매는빨간물속에잠겨있었는데나중에알고보니일본식매실절임이었다.
영호가가장좋아했던것은갓튀겨낸어묵이었다.작은생선들을기계로걸쭉하게간다음제기祭器접시에납작하게올려적당한크기로만든후끓는기름솥에넣었다.갓건져낸어묵을’가마보꼬’라고했는데한입베어물면고소한맛이견줄데가없었다.
그렇지만이제그고소했던어묵맛은어디에서도찾을수가없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