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10)

중앙시장에오면영호의가슴속에떠오르는추억이있다.

초등학교시절,60년대초반이었지만살림살이는궁핍했다.하루세끼배부르게먹기도예사롭지않았던시절이었다.

당시같은국민학교를다녔던친구가운데시장에서어머니가국밥집을하는애가있었다.그애와친해서종종국밥집으로놀러갔다.홀어머니,남동생과함께살았던친구는공부가떨어지는편이어서영호는친구의숙제를도와주기도했다.이것을본친구어머니는영호를고맙게생각하고갈때마다국밥에국수를말아주었다.

국밥은돼지고기국물에고기와배추,대파같은채소를넣고끓인것이었다.손님들에게팔때는밥이나국수를말아주었는데국수를만것은값이좀쌌다.국물을한숟갈떠면돼지냄새가났다.좀역겹긴했지만그때는그런음식도감지덕지였다.그래도따끈한돼지국물에말아주는국수는맛이있었다.

그후영호가군에서제대하고고향에서일년여쉬고있을때중앙시장을찾았지만그런음식을파는곳은없었다.친구어머니도작고한후였고비슷한음식을파는곳을찾아보았으나없었다.

그러다가찾아낸것이돼지국밥이었다.60년대의국밥보다는품격이높아진음식이었지만그어려웠던시절의추억을돼지국밥에서떠올릴수가있었다.

집으로돌아와서잠간눈을붙인영호가일어난것은휴대폰의발신음때문이었다.

휴대폰을열자굵직한목소리가튀어나왔다.

어이,영호야.니가내리왔담서.

누구십니까?

자슥,인자친구목소리도까묵었나.내종구아이가.강종구.

아,내가금방자다가일라갖고몰랐다.그래,니는요새우찌지내노.

내야뭐인자일에서손도떼고아들내미한테물리조따아이가.그나저나니는임마,진주내리오모내한테신고부텀해야제,내는빼놓고어제정식이하고맻이한잔했담서.

아이쿠,미안하이됐다.내가부른기아이고저것들이지발로나온기라.

그래,그건그렇코오늘저녁에는내하고한잔하자.니가고향내리왔다꼬축하주내께.

알았다.그라모간단하이실비집에서한잔하자.우리나이에젊은아아들있는데는갈수도없고…

그라모니가잘아는실비집이있나?

아,엊저녁에봉께신안동실비집골목에’촉석루’라쿠는데가있대.

자슥,안가본데가없네.알았다.내도잘아는덴께한시간후에그게서만내자.

한시간후는오후여섯시였다.

영호가촉석루실비집으로들어서자어제보았던주인여자가반갑게맞아주었다.

아이구,아저씨.어서오이소.오늘도만나네예.

여자와눈인사를주고받으며보니종구는벌써와서한상받아놓고있었다.영호는종구와반갑게인사를나누고맞은편에앉았다.여자가잔과안주두어가지를갖고왔다.

종구가여자를보고놀리듯이말을던졌다.

보소,아지매.이친구는운제부터알고지내요.

옴마야,강사장님도.이아저씨는어제우리집에처음오신분이라예.

에나(정말)요?이친구조심하소이.서울서잘놀다가내리왔는데,호부래빈(홀애비)것도알지요?

참말로예?내는처음듣는소린데예.이아저씨가호부래빈거하고내하고무신상관이라예.

듣다못해영호가끼어들었다.

이친구야,오랜만에만냈시모빨리술이나따라야제.무신씰데없는소릴해쌌네.

그제서야종구가싱긋웃으며영호의잔을채웠다.

미안하이됐다,친구야.자,한잔마시자.

둘은잔을마주쳤다.남강쪽에서시원한바람이상큼하게불어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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