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16)

그해여름은무척이도무더웠다.7월중순쯤이었을까.아니,제헌절날이었던것으로영호는기억하고있다.

국경일이어서출근하지않았던진경의자취방으로평소와같이영호는엘피음반두장을들고찾아갔다.좋아하는생상의’서주와론도카프리치오소’를들으며커피를마시던진경이생각난듯말했다.

선생님,날씨가이리더운데오데놀러갈계획은없십니꺼?

놀러예?백수건달이돈이있어야오데로놀러댕길긴데마음만있시모뭐합니꺼.

뭐,꼭돈이있어야놀러댕기는가예.버스차비만있스모좋은데가있는데예.

오데그런데가있십니꺼?

지가작년에대학친구들하고놀러가봤거든예.지리산내원사계곡이참좋더라꼬예.시외버스타고삼장까지가서내원사까지는한시간정도걸어야되거든예.밑에계곡에물도좋고참좋더라꼬예.

진경은그해2월교대를졸업하고3월에첫발령을받았다.

내원사라,말은마이들었는데안죽가보질몬했네예.

괜찮으모갔다오입시더.차비만갖고오모점심도시락은지가준비하지예.

누구같이갈사람들은있십니꺼?

놀러가는데여럿이가모승가시럽다아입니꺼.선생님하고둘이만가모안됩니꺼?

지하고둘이서예?지야좋지만…

그라모됐십니더.당일치기로댕기오는데우때서예.자고오는것도아인데예.

그래,운제쭘가는거로생각합니꺼?

아물캐도학교방학이돼야할낀께7월27일이우떻십니꺼.지금부터열흘뒨데예.지는8월이되모강습회다,뭐다해갖꼬엄청시리바뿔거것거든예.

저야아무날이나우떻십니꺼.그라모그리알고있지예.

그날점심때진경은영호를데리고나가냉면을사주었다.

7월27일아침일찍영호와진경은산청삼장으로가는시외버스를탔다.그당시만해도삼장가는길은비포장도로여서먼지가펄펄났다.원지를거쳐경호강을건너자초록의물결이그림처럼펼쳐졌다.

종점인삼장에는거의두시간만인오전10시께도착했다.버스종점에서내원사까지는산길을한시간가량걸어가야만했다.진경은도시락과간식까지준비해왔다.먹거리를영호가배낭에넣고어깨에매었다.

내려쬐는햇볕은따가왔지만시원한바람이불어와그런대로걸을만했다.길에서10여미터아래의계곡에는맑은냇물이흐르고있었다.청정계곡이어서시원하게보였다.

계곡물에발좀담구고갈까예?

진경이이마의땀을닦으며계곡을가리켰다.

그라지예.안그래도덥어서좀쉬었다갈라캤지예.

둘은계곡아래로내려가서시냇물에발을담궜다.

옴마야,물이울매나찹든지발이다시립니더.

물에발을담근진경이탄성을질렀다.두사람은시냇물에발을담그고돌위에나란히앉았다.시냇물속의송사리떼들이발주위로몰려와서간지럽혔다.

참,진주가는막차는몇십니꺼?

영호가생각난듯물었다.

아까정류소에서봤어예.오후다섯시가막차라예.

시간은충분하겠네예.그러나저러나우째오늘은놀러오는사람들이우리뿐이네예.

영호가아무도없는주위를둘러보았다.계곡은물론이고산길에도사람그림자가안보였다.

안죽도내원사계곡이마이(많이)안알려져서그런모양이라예.지도작년에처음와보고알았다아입니꺼.

자,점심전까지내원사에도착해야된께슬슬걸어보입시더.

영호가물가로나와진경에게손을내밀었다.잠시머뭇거리던진경이영호가내민손을마주잡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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