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시간,케이비에스클래식방송(93.1MHZ),이미선님의’당신의밤과음악’에시간을맞추니멘델스존의바이올린협주곡이흘러나온다.젊은시절몸살을앓으며들었던곡을다시들으니감개가무량하다.
폭풍처럼몰려왔던딸네가족들이가고난후아내의눈치를보며냉동해둔병어한마리를해동시켰다.이대로잠자리에들기엔너무섭섭해서였다.
다시시작한석류주(알콜도수를좀높였다.적게마시기위해서다.그렇지만그게잘안된다.^^)몇잔을마시고나니그래도힘겨웠던외손녀두애가다시생각난다.
딸애는다니는교회의찬양대원에다가4중창멤버라고항상자랑을했다.대학졸업하고처녀시절교회본부의노래사절단으로세계일주까지했으니인정은해준다.
시집가서시댁이나가는교회를다니는데거기서도걸핏하면특송멤버로잘나간다.
그래서매주토요일이면외손녀둘을우리집에데려다놓고교회찬양대연습을다녀오곤했다.사위도교회에서직분을맡고있어토요일오후3시부터8시까지는속절없이우리내외가맡아야한다.
그런데문제는두애가’불행하게도’나를너무좋아한다.물론내가초콜렛도사주고구구아이스크림도사주니까그렇지만우리집에온순간부터나는완전히심부름꾼이되었다.
첫주범은내노트북이었다.애들이오기전부터좋아하는’겨울왕국’이나요즘즐겨보는추추티비를미리준비해놓아서였을것이다.
두애는오자마자내노트북을독점하고양쪽에앉아보고싶은동영상을줄기차게주문한다.심지어화장실에갈때도반드시내가따라가주어야하고물한잔먹을때도꼭할아버지를불러제킨다.
그나마토요일왔다가일요일날아침에떠나니까다행으로알았다.
지난토요일집으로왔던딸애가부탁을했다.
오늘월요일교회행사때문에일요일,월요일까지우리집에있겠다는것이었다.그래라고했다.
그런데문제는월요일한나절애를보는게내몫으로떨어졌다.요즘아내는무척바빠약간의여유가있는내게외손녀둘을돌보는과제가주어졌다.
아니나다를까.아이스크림도주고초콜렛,참외까지깍아대령하는할애비를완전히노예처럼부렸다.특히네살배기작은애는걸핏하면내게와서"할아버지,짜증날려고해요"했다.내가"왜"하고물으면"언니가제게큰소리쳤어요".또는"저를방에못들어오게해요"하고울먹였다.
둘을불러놓고화해시키는일도여간힘든일이아니었다.
하도애들이내노트북을차지하려고해서딸애에게내휴대폰에’추추티비’를넣으라고했다.
그게잘들어맞아서오늘은그래도내노트북이몸살을덜겪었다.
저녁에퇴근한사위가가족들을싣고집으로출발하니두애가짜듯이내게말했다.
"할아버지,우리집으로오세요"
떠나가는뒷모습을보노라니가슴속이울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