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이방에서함께묵자는말을영호는미안해서하는말로들었다.
하선생님,괜찮십니더.밤이된께좀쌀쌀하긴해도담요덮고자모편안하이잘수있십니더.지걱정말고예푹주무시고나모내일은거뜬할깁니더.
영호의말에도진경은담요를놓지않고정색으로말했다.
선생님,지가미안해서그라는기아입니더.일이이리된것도우찌보모운명이라꼬볼수도있는거아입니꺼.우리가한두살묵은아아들도아이고한방에서잔다꼬밸일이야있겄십니꺼.그랑께고마나가서주무시지말고여게서같이자도안되것십니꺼.
그러나영호의생각은달랐다.진경과함께밤을지새운다는건도저히할수없는일이었다.
이라지말고지가나가도록손을놓으이소.하선생님,난중에후회할일을하모절대로안됩니더.
그러나진경은더강하게담요를끌어당겼다.
선생님,오늘밤에우떤일이일어나도지는후회안합니더.제발쪼잔하이생각지말고그냥몬이긴체이방에서주무시이소.그래야지맘이편하겄십니더.
아입니더,하선생님.지가쪼잔하고소심하닥꼬멀캐도할수없십니더.안됩니더.
영호는담요를강하게끌어당겼다.그바람에담요에서손을놓친진경이앞으로넘어졌다.넘어진진경은방바닥에그대로엎어져일어나지를않았다.
지는밖으로나갑니더.편히주무시이소.
영호는담요를든채뒤도돌아보지않고밖으로나갔다.진경은그대로엎드려있었다.
밖으로나온영호는툇마루에담요를두고집밖으로나갔다.서너채의집이전부인작은동네는칠흑같은어둠에묻힌채고요속에빠져있었다.간혹이름모를산새들의지저귐과간간이울려오는매미소리가적막을깨울뿐이었다.
집들에서는불빛도비치지않았다.고된낮의노동을단잠으로보상받고있을터였다.약간은쌀랑한바람결을타고댓잎들의잔잔한소곤거림이자장가마냥들려왔다.
긴호흡으로마음을다독인영호가문간방툇마루로돌아왔다.진경이있는방안에선불빛만환하게흘러나올뿐아뭇소리도들리지않았다.그고요함이영호의마음을흔들었다.
내가너무했나.진경이붙잡았을때못이긴체말을들었어야하는게아니었나.여자의자존심도팽개치고남자를붙잡았는데매몰차게뿌리치고나왔으니얼마나무안하고황당했을까.스멀스멀후회하는마음이한구석에서일어났다.당장이라도방으로들어가서진경에게경솔했다며용서를구하고싶었다.
그렇지만한편으로는기왕나왔으니방으로들어가선안된다는생각도강하게일어났다.괜히다시들어갔다가진경이나가라고소리친다면그보다더큰망신은없을것같았다.
그래,오늘은이대로자는거다.내일아침에미안하다고사과해도괜찮겠지.
영호는툇마루에앉아몸을벽에기댄채가만히눈을감았다.그러다가스르르잠이들었다.
영호가눈을뜬것은주인여자때문이었다.
아이,총각.잘라쿠모편안하이눕어서자야제,백(벽)에기대가꼬잠이오나.
호들갑스런고함소리에후다닥몸을일으킨영호가눈을떴을때는아침햇살이마당가의감나무잎에내려앉있었다.시린눈을비비고시계를보니오전7시반이었다.
문간방문을가만히연영호는깜짝놀랐다.담요가얌전하게개어져있을뿐방안에는진경이없었다.
아주무이,아주무이,혹시어제같이왔던여자못봤어예?
몬봤는데예.그처니가없십니꺼?
영호는주인여자에게고맙단인사를남기고산길을헐레벌떡뛰었다.아침이슬을먹음은풀잎들의향기로운냄새와산새들의재재거리는노래소리를느낄겨를도없었다.
8시반이나되어삼장정류장에도착했지만거기서도진경을찾지못했다.매표하는남자에게물었더니첫차는아침8시에떠났다고했다.진경의용모를말해주며그런아가씨가탔더냐고물었더니그런것같다는대답이었다.
오전11시에출발하는다음차를기다리는영호의마음은아쉬움반,서글픔반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