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20)

내원사에서의일이있은후며칠동안영호는바깥출입을하지않았다.마음같아선당장이라도진경의자취방을찾고싶었지만섣불리갔다가무슨낭패를당할지몰라답답했지만참았다.

그날아침,영호가툇마루에서새우잠을자는걸진경은보았을것이다.그렇지만깨우지도않고아뭇소리없이혼자나선걸보면엄청화가나있을것임에틀림없었다.그것은화가아니라여자로써의수치심이었을거라고영호는생각했다.그러니무슨낯으로진경을만날수가있겠는가.

8월에접어들어불볕더위가기승을부렸지만영호는꼼짝않고집에있었다.어머니가무더위에무슨도를닦냐면서얼마안있으면서울로갈터인데친구들만나바람이라도쐬라고했지만듣지않았다.

8월도중순에접어들어상경해야할날이며칠후로다가왔다.계절도입추를지나아침,저녁으로제법산들바람이불어왔다.답답한가슴을쓸어안고고심하던영호는어떤봉변을당하더라도진경을만나야겠다고작심하고집을나섰다.

봉곡동진경의집근처에다다랐을때는해질녘이었다.방학기간에는강습회로교사들이낮에는바쁠것같아집으로돌아왔을시간에맞춰나섰던것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편하게드나들었던집이었지만긴장했던탓인지가슴이두근거렸다.마당에들어서자마주보이는진경의자취방마루아래얌전히놓인구두가보였다.눈에익은진경의구두였다.

구두가있으니분명히방안에진경이있으리라.영호의가슴이한층더콩닥거렸다.영호는일부러에헴하고기침소리를내며진경의방문을두드렸다.그러나아무런대꾸도없었다.

다시좀크게두드렸다.그래도아무런대꾸가없었다.방문두드리는소리를듣고안채부엌에서저녁준비를하던주인여자가마당으로나왔다.영호와는몇번들락거리면서안면이있는사이였다.

영호가손가락으로방을가리키며진경이있느냐고시늉으로물었다.주인여자도분위기가심상치않음을알았는지있다며고개만끄덕였다.

영호는다시한번방문을두드렸다.진경이방문을열고나와뭐라고하더라도무조건잘못했다며싹싹빌각오까지했다.그러나문을열기는커녕방안에선아무기척도없었다.지켜보던주인여자도민망한지부엌으로들어가버렸다.더이상두드려봐야방문은열릴것같지않았다.

영호는발걸음을돌릴수밖에없었다.

진경과는그것으로끝이었다.그날저녁의모멸감으로영호는더이상진경을만날생각이없어졌다.

그래도앞날을알수없었기에사과를하든면박을당하든진경을만나매듭을짓고싶었지만다시찾아갈용기조차나지않았다.마지막방편으로편지라도보낼까생각했지만그것도내키지않았다.

며칠후상경한영호는남은학기를마치고신문사에취직했다.물론졸업하기까지몇차례진주를다녀가긴했지만더이상진경을만날생각이없었다.풍문에진주시내국민학교로전근해왔다는소식만들었을뿐이었다.

신문사에있으면서도명절때나휴가철에는고향을찾았다.그로부터몇년의세월이흘러서인지진경에대한관심마저사라진지오래였다.

다시몇년의세월이흘러영호가결혼하기전,진경이동료교사와결혼했다는소식을들었다.그소식을듣고도영호는아무런감흥이나관심을느끼지않았다.예전에알았던어떤사람이결혼했다는그정도였다.

그로부터2년이지나영호는서울아가씨와결혼했다.그러다가다시몇년이지난후진경이남편과이혼했다는소식을들었다.바람끼많은남편과합의이혼했고,위자료대신하나뿐인아들을데려왔다는소문이었다.

진경을마지막만났던날로부터40여년이지났다.고향에서살기위해내려온영호가우연한기회에그녀의연락처를얻게된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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