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21)

진경의연락처를알고난후영호의마음은무척혼란스러웠다.마음한편으로는괜한짓을벌여사서고생을한다는생각도들었다.이미40여년의세월이흘렀고각자결혼해서제갈길들을갔는데지금와서새삼스럽게만난다는게무슨의미가있느냐며머리를가로젓기도했다.

그러나마음과는달리어떻게든한번만나서그날의일들에대한변명한마다라도하는게도리라는생각도꿈틀거렸다.그렇다고무슨다른속셈이있어서가아니라미완성의추억에대한매듭이라도짓고싶었다.

그렇다면어떻게연락을해야하나.대뜸전화를넣는다는것은예의가아닐것같았다.전화말고다른방법을찾기도쉽지않았다.중간에사람을넣어연락을한다면엉뚱한소문을만들소지가있었다.그건더욱안될일이었다.생각할수록영호의가슴은답답해왔다.

그날저녁친구정식을불러내어저녁을먹었다.남강이내려다보이는촉석루근처장어구이집에서였다.

가로등을환하게밝힌남강교는언제봐도정감이넘쳤다.예전에는길쭉하게다리를세워믹믹했지만다리아래를둥글게구멍을뚫어만들었다.그다리밑물속에서여름이면발가벗고물놀이도했었다.지금은백사장도없어졌고강건너대나무숲까지사라져5,60년대의정취는사라졌지만남강교란이름만으로도얼마나가슴설레는세월을살았던가.남강교를보자흘러간옛추억들이주마등처럼지나갔다.

지금은남강에다리[橋]가네개나생겼지만어릴적남강에는남강교하나밖에없었다.아이들은그다리를’철구다리’라고불렀다.아마도쇠로만든다리라는뜻의’철교鐵橋’를’다리’까지이중으로붙여불렀던것이다.그래서어른들은’의암바위’나’역전앞’과같이이중으로잘못부르는아이들을보면나무라기도했다.그러나어른들도마찬가지였다.영호는국민학교시절운동회때어떤선생님이마이크를붙들고소리질렀던말을떠올릴때마다실소를금치못했다.그선생님왈,학부모님,그라고학셍들,라인선줄밖으로좀나가주이소.라인(Line)이나선線,줄은다같은말아니었던가.

그래,신문사는좀지낼만하나?

맥주잔을채우며정식이물었다.

뭐,규모도작고주간지라서아무래도여유가많다아이가.슬슬하는기지.

하모,늙어서우두커이집에서테레비만디다보는거보다는우떻든지움직이야되는기라.

잔을비우고나서영호는새삼스럽게친구이름을불렀다.

정식아,니한테뭐좀의논할끼있다.

그래,뭐인데?뭐이든지말해봐라.내가해결해주께.

다른기아이고오래전에있었던일인데말이다.

영호는술힘을빌어지난시절진경과의일들을정식에게털어놓았다.

야,그런일도있었더나.쑥구리(숫구렁이)꽁(꿩)자(잡아)묵는다꼬,밸짓다했네.

이친구야,밸짓이뭐꼬.신사적으로,모범적으로끝났다쿵께.뭐라쌌노?

아,알겄다.그래서니가그여선생을한분(번)만나보고잡나?

글쎄말이다.만나야될란가우째야될란가영갈피를몬잡겄네.

자아슥,머슴아자슥이안죽도숫끼가업다쿠모말이되나.내것으모정면돌파다.

정면돌파라쿠모직접전화로넣으라말이가?

하모,환갑,진갑다넘은놈이무신눈치로그리봐샀네.그라고너거마느래가안죽도살아있다쿠모도덕적으로문제가되지마는들어본께둘다홀몸인데뭐그리눈치로봐샀네.참,답답다쿵께.

그래,니말들으본께내가너무쪼잔하이생각했네.정면돌파가낫겄다.

술잔을쥔영호의손에힘이들어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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