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28)

하진경,돌아본그녀의모습은40여년전이나다를바없었다.

하지만새카맣던단발머리는그사이반백의’서리맞은머리’로변했고,곱상했던얼굴엔잔주름이호수에파문波紋일듯깔려있었다.그렇지만우수에젓은듯했던까만눈동자는그대로였다.

하선생님,반갑십니더.옛날모습그대로네예.

영호가손을내밀자잠시머뭇했던진경도손을내밀어마주잡았다.

제가마이(많이)늙었지예?벌써사십년이지냈다아입니꺼.

살짝웃는진경의입가에옅은볼우물이생겼다.

지(저)도폭삭늙었십니더.뭐,피장파장아입니꺼.가마이,여게서있지말고서장대까지걸어보까예.그길걸어본지가참오래됐거든예.

그라지예.지도오래됐십니더.

둘은진주성벽을끼고나란히걸었다.왼쪽편으로남강물이유유히흐르고있었다.

조금걷자국립진주박물관이보였다.70년대만해도그곳은남성동주택가였다.

그아래남강변엔아낙들이무시로빨래를했고여름이면아이들이벌거벗고물놀이를했던곳이었다.

참세월도빠르네예.지가고등학교댕길때이동네에친구들이좀있었거든예.혹가다놀러오모친구어머이가고구마도삶아주고했던기억이나네예.

영호의말에진경도옛추억에빠져드는듯했다.

제친구들도여게남성동에맻이살았어예.저녁답에친구집에놀러가모환한창문너머로글읽는소리가종알종알들리고했는데그기벌써오십년이다돼갑니더.그랑께우리도벌써노인소리듣기됐네예.

옛날을추억하는사이둘은서장대에닿았다.작은누각은예나지금이나그대로였다.

서장대에서내려다본신안벌판은옛과달리아파트단지로변해있었다.6,70년대만해도그곳은푸른채소밭으로단장된녹지대였다.멀리굴바위를휘돌아남강이흘러내렸고,끝없이펼쳐진푸르름은보는사람들의마음까지푸른희망으로물들여놓곤했었다.

그러나이제그푸르름은사라졌다.그자리에인간의욕망이일궈놓은새로운바벨탑만있을뿐.

둘은호국사쪽으로빠져성지城址를나왔다.

하선생님,괜찮으시모오데가서입가심이나하모우떻십니꺼.안죽저녁묵을시간도멀었고.

선생님은술좋아하시는거여전하네예.

이나이에한꼬뿌하는재미도없이모우짤라꼬예.

그라모지가아는데가있거든예.서선생님은가오리찜좋아합니꺼?

아,좋지예.그리로가입시더.그게가오뎁니꺼?

저도동쪽인데예.학교선생님들이잘가는데라예.

두사람은택시를타고도동쪽으로갔다.가는길이중앙로터리를거쳐뒤벼리로빠지는코스였다.

옛날과달리잘닦여진뒤벼리를지나가자영호의가슴이울컥치밀어올랐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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