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두둑떨어지는빗소리와함께물비린내가방안으로왈칵밀려들었다.영호는방문에걸린발너머마당으로쏟아지는빗줄기를보고있자니문득어린시절이떠올랐다.
하선생님,소내기쏟아지는걸본께어릴때생각이납니더.이리비가내리는날은밀하고콩을볶아묵었다아입니꺼.그거볶아노모참꼬시거든예.
그렇지예.참옛날이야깁니더.지가어릴때는껌이귀해갖고밀로껌을맨들어묵었지예.밀을한주묵(주먹)입안에넣고한참씹으모그기쫀득쫀득하이밀껌이된단말입니더.
지도그런경험이있십니더.참,호래이담배묵을때이야기네예.
맥주한잔을비우고빗줄기를내다보던영호가엉뚱한제안을했다.
하선생님,오늘저녁에시간이우떻십니꺼?
시간예?뭐,특별한약속은없십니더.낼은일요일이고.
그라모오늘밤꺼정시간좀내주이소.비오는거본께옛날생각이나서그란데,지한테시간좀맽기주모안되겄십니꺼?
뭐,좋은생각이라도있어예?
예,그라모지한테시간을맽기주는걸로알겠십니더.오늘비도내리고기분도그렇찮은데예,택시타고원지꺼정드라이브나함하입시더.
원지꺼정예?
예,요게서택시타모삼십분도안걸립니더.괜찮지예?
영호는음식점주인에게부탁해서택시를불렀다.10분정도기다렸을까.집밖에서택시의클락션소리가들렸다.
늙수구레한택시기사는우산을쓰고차밖에서있었다.
오데로모실까예?
기사양반,원지로가입시더.산청원지로말입니더.
원지예?잘알겠십니더.비오는데드라이브하기좋치예.
택시는뒤벼리를거쳐옥봉성당,금성로터리와봉곡로터리로달렸다.곧이어산청으로가는국도에올랐다.
예전엔진양군이었다가진주시로합병된후명석면지역도많이변했다.예전에는좌우에논밭만있었지만이젠제법주택단지들이조성되어아담한주택들이들어섰다.
작은강을건너자산청군신안면이란표지판이나타났다.
기사양반,경호강못가서K횟집있지예.그게세와주이소.
잠시후경호강을낀K횟집이보였다.
토요일늦은오후여서인지횟집안은한산했다.두사람은강뚝이보이는창가에자리를잡았다.
여름철이면경호강에선은어가많이잡혔다.그래서인지수족관엔은어만잔뜩들어있었다.
영호는은어회와소주를시켰다.진경은경호강을내다보며그린듯이앉아있었다.
하선생님,은어회하고소주시킷는데괜찮지예?
오늘일정선생님한테맽깄는데뭐,토를달수가있십니꺼.
그라모됐십니더.그나저나하선생님은요새도포레’비가悲歌’좋아하십니꺼?
좋아하지예.함들어보실랍니꺼?
진경이스마트폰을열고손가락을누르자이내피아노반주를타고첼로의멜로디가흘러나왔다.
선생님,이곡누가연주하는지아십니꺼?
글쎄요.하선생님이묻는거본께예삿사람은아일끼고,파블로카잘스가연주한기아이모재클린뒤프레같십니더.
딩동댕~~역시나잘맞히네예.카잘스가아이고재클린입니더.
그사이은어회와소주가나왔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