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는앗차하며말을멈추었다.지난날의아픈상처를건드리지않겠다고작심했건만술탓인지쉽게꺼내고말았다.그것도하필지리산삼장가는길목의원지에서말이다.
진경은오히려잠잠했다.대신듣고있던드보르작의첼로협주곡을껐다.영호가멋쩍해서술잔을만지작거리고있자니진경이조용히일어섰다.
선생님,고마일어나입시더.바로옆에강이있신께바람이나씌우까예.
그라까예.알겠십니더.
횟집에서나오니옆에수퍼마켓이있었다.영호는얼른뛰어가서우산두개를샀다.
두사람은천천히경호강강뚝을걸었다.얼마안가지리산쪽으로빠지는다리가나왔다.다리건너중,고등학교도있고제법모양새를갖춘마을도있었다.빗줄기너머동네에서쏟아내는불빛들이눈에들어왔다.
선생님,여게잠간앉으까예?
다리못미처강뚝에경진은쪼그리고앉았다.영호도옆에앉았다.빗줄기가옷을적셨지만개의치않았다.
선생님,저다리로건너모한참가다가삼장이나온다아입니꺼.내원사가는버스종점말입니더.
다리건너편을쳐다보며영호가나즉히말했다.
하선생님,지가옛날이바구를꺼낼라꼬한기아입니더.소주한잔돼논께그냥나와삐린거라예.
진경이살짝웃었다.
아입니더.말씀잘했어예.아무래도한번은짚고넘어가야되는거아입니꺼.지도오늘선생님만나러나올때그생각하고나왔어예.괜찮십니더.
그래도오늘겉은날이런말하모안되는데예.지가좀경솔했십니더.미안합니더.
영호의사과에진경이정색으로받아쳤다.
아입니더.사과를해야될사람은저라예.사실은그말할라꼬오늘나왔십니더.
아니,하선생님이사과를한다꼬예?말도안되는소립니더.
그라모서선생님,지말함들어볼랍니꺼?
빗줄기가갈수록강해졌다.그래도두사람은경호강강뚝에쪼그리고앉았다.
경호강을건너는자동차들의헤드라이트가멀리서반짝였다.
서선생님,오늘만나서그동안가슴속에모아놨던이야기를할라꼬마음묵고나왔십니더.
무신,지한테하실말씀이있십니꺼?
많지예.함들어보이소.이야기가40년전으로거슬려올라갑니더.그때우리가내원사에갔던기7월이고선생님이서울올라간기9월아입니꺼.
그렇치예.그란데그기무신문제가있었십니꺼?
그기아이라그때지도고민이많았어예.지가교편잡은기그해가처음인데우짜다가선생님을학교에서만났다아입니꺼.사실그때선생님하고서너달동안만남서지도모리게정이들었삔거라예.그래서지가선생님보고내원사놀러가자꼬말씀드맀다말입니더.
글쎄,그기무신말인지지는영모리겄는데예.
그랑께선생님은옛날말로하모행강등(형광등)이라안쿠는가베예.
갑자기진경의말소리가높아졌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