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선생님은성격이예민한거겉은데우떤때보모영~아인기라예.
지가좀둔한데가있십니더.
둔한정도가아이라넘어(남의)사정을너무모린단말입니더.기왕말이나왔신께해볼랍니더.지가그때내원사놀러가자쿵기무신뜻인지몰랏십니꺼?
글쎄,저야그냥바람이나씌우러가자쿠는정도로만알았지예.
그랑께선생님이둔하다말입니더.여자가오데놀러가자쿠는거는뭔가중요한갤심(결심)을했다는기라예.그때선생님은두달도채안되서서울로올라갈끼고그라모지라쿠는사람도이자삘기뻔한기라예.그래서선생님을내원사꺼정놀러가자꼬말씀디린기라예.
진경의말을듣는순간영호는그제서야그날의일들이결코우연이아니었음을깨달았다.
그라모,하선생님.그날점심묵고배가아푸다꼬난리친기부러그랬단말입니꺼?
인자말귀를좀알아듣는가베예.지는그날선생님맘을붙잡아놀꾀를부린기라예.안그라모우째갖고선생님하고하룻밤을지내겠십니꺼.그란데산생님은쑥맥이돼갖고채리논(차려놓은)밥상도걷어찼빈기라예.
하선생님,지는참말로그런줄은몰랐십니더.그날지가엉뚱한맘묵었시모선생님한테큰잘못을저지런다꼬생각했던기라예.그래서일부로선생님을피했다아입니꺼.
진경이일어섰다.그녀는아무말없이한참동안강건너편을쳐다보고있었다.영호도입을다문채진경곁에나란히섰다.빗속에건너마을의불빛들이별빛인양반짝거렸다.
영호가긴침묵을깨고입을열었다.
그래서그후에지가찾아갔는데도모린채하신깁니꺼.
………
지금생각해보모지가참바보짓을한거겉네예.
선생님,생각함해보이소.여자가자존심꺼정팽계치고그리매달맀는데모린채하는데맘이우쨌겉십니꺼.그때맘겉으모자살꺼정생각할정도로힘들었어예.선생님이서울가기전에뭔가인연을맨들어놓고느긋하게기다릴생각이었지예.그걸그냥뿌리치고무안을줬단말이라예.참,암담했십니더.
그래서결혼을그리빨리하신깁니꺼.
진경은길게한숨을내쉬었다.빗줄기가더굵어졌다.
하선생님,빗발이더쌔지는데오데조용한데라도들어가입시더.옷다베리겠십니더.
원지상가쪽으로나왔더니길가에중국집이있었다.둘은작은방에안내되어자릴잡았다.
영호가두어가지요리를주문했고소주도시켰다.잠시후요리가들어왔고두사람은잔을채웠다.
하선생님,비가와서날이빨리어둡어져서그렇지안죽여덟시밖에안됐어예.이바구좀더해도되겄십니더.지도디릴말씀도있고예.그라고아까갤혼이야기물었는데안죽말씀이없었십니더.
소주한잔을비운진경이살짝웃었다.
그래,선생님은지갤혼이야기가그리도궁금합니꺼?
하모예.지가서울서졸업하고울매안돼서시집을안갔십니꺼.사실지가대학교졸업하고신문사들어갈때꺼정만해도맘속으로는하선생님을은근히생각하고있었거든예.하기사방학때나맹절(명절)때마다고향에내리와도하선생님을안찾았신께뭐라꼬디릴말씀은없십니더마는,선생님을영~이지삔건아니….
영호가채말을끝내기도전에진경이상위에두팔을괴고머리를파묻었다.순식간의일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