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에머리를파묻은진경은한참동안아뭇소리없이엎드려있었다.진경의행동에민망해진영호는혼자소주를따라마셨다.안주도손대지않고술만두어잔을비웠다.
한참의정적이흐른후진경이바로앉았다.손수건을꺼내눈주위를닦던진경이픽웃었다.그러고는술을한잔가득따라시원하게들이켰다.
선생님,지술잘마신다꼬숭(흉)보지마이소.오늘그동안묻어놨던이야기를좀했더만맥힜던속이시원하이뚤리는거것십니더.술맛도나고예.
지가숭볼끼뭐가있십니꺼.아무걱정마시고맘껏드이소.집에는지가책임지고모시다드리겠십니더.
영호가진경의빈잔에술을채웠다.깨끗이잔을비운진경이약간은게슴츠레한눈길로영호를쳐다보았다.어느새진경의볼은발그레하게물들어있었다.
선생님,지가와빨리갤혼했냐고물었지예.지말함들어볼랍니꺼?
예,무신말씀이라도다듣겟십니더.질로(저를)욕한다캐도달게듣겠십니더.
그라모좀지루하더라도들어주이소.글안해도(그렇찮아도)오늘선생님한테이이야기를꼭드릴라캤십니더.
진경의넋두리가시작되었다.
선생님,그때,그랑께얼추40년이되었지예.그날내원사에서뭔가일을꾸밋다가툇자를맞고한동안은참힘든시간을보냈지예.매칠후선생님이지가살던집으로오싯실때아싰던대로지가방에있었어예.생각같으모당장뛰나가서선생님을붙잡고통곡이라도하고싶었지만지는문을걸어잠구고방에있었십니더.
기왕일이삐끄러졌신께맘을고치묵어야되겄다꼬다짐을했지예.그란데그기참쉽지않더라꼬예.인자(이제야)털어놓지마는,실은선생님을한번만낼라꼬사시는동네꺼정두어번가기도했십니더.근처꺼정가기는했는데만날라쿵께도저히용기가안나더라꼬예.그래서그냥돌아오고말았십니더.
그후이,삼년동안선생님의기억들을이자삘라꼬학교일에만매달맀지예.그총중에도하마나(어쩌면)선생님이질로(저를)함찾아주실랑가기대도좀햇십니더.그란대선생님은졸업할때꺼정그런내색이없었지예.세상말로’세월이약’이라꼬시간이흐릉께그런생각들도사그라지데예.
지가스물네살때였던가,진주시내모국민학교로발령을받았어예.그학교에얼추서른이다된총각선생님이있었지예.동부경남지역출신인그분이지한테첨부터관심을가지더라꼬예.같은동료라생각하고좋게받아줬더만지가자기한테호의적인걸로생각했던모양이라예.
그라모,그선생님이프로포즈를한깁니꺼?
영호의물음에진경이담담하게말했다.
지이야기를계속해서들어보이소.
지가그학교로전근간지아매반년이나됐실끼라예.10월하순인걸로기억납니더.그날학교운동회를마치고선생님들끼리회식이있었어예.시내에있는큰음식점이었지예.회식을마치고맻맻선생님들이2차를갔었지예.대여섯명이같는데그선생님도같이갔지예.그분성씨가한씨였어예.생맥줏집에서맻잔석(씩)마시고제붑얼큰해서헤어졌다꼬예.모다(모두)좋기인사를나누고헤어지는데그한선생님이지손을붙잡는기라예.
깜짝놀래서무신일이냐꼬물었더만지한테꼭할이아기가있다쿠는기라예.담에하모안되냐캤더니오늘밤에꼭해야된다꼬매달리는데도시(도저히)뿌리칠수가없더라꼬예.할수없이붙들리간데가근처에있는일식집이었어예.안주를시키노코맥주를마싰지예.
그래,그선생님이그게서멀쿠던고예?
아따,선생님도와이리재치삿십니꺼.여게잔이나채와주이소.
아이쿠,하도졸갑증이나서그랫십니더.자,한잔드이소.그나저나하선생님은집이오뎁니꺼?미리알아놔야난중에모시다드리지예.
지가사는데는칠암동에있는아파트라예.
참,아드님이있다던데마이(많이)안기다릴란가모리겄네예.
아,아들예.괜찬십니더.사흘전에지방으로출장갔십니더.담주중반이나돼야온다쿱니더.
그라모됐네예.하시던이야기나계속해주이소.
소주한잔을들이킨진경의이야기는이어졌다.(계속)
*오늘(7월27일)부터29일까지사흘동안지방엘다녀오겠습니다.
부득히다음회(36회)는7월30일에올리겠사오니양해바랍니다.
더운여름건강하게보내시길기원합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