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삼십년도훌쩍넘은이야기를꺼낼라쿵게기분이참그렇네예.그래도시작했신게끝을맺아야될거아입니꺼.
그날밤,그한선생님하고단둘이서일식집으로들어간기지인생의갈림길이었던모양이라예.
그때까지애부(제법)술을마싰지예.처음에소주마싰다가나중에는맥주로마싰다이입니꺼.그란데다가다시일식집에서소주로마싰는데지도모리게술이챘빘는기라예.솔직하이말씀드리모그때꺼정도지맘속에는서선생님에대한앙금이채안지아지고남아있었던모양이었지예.
일이그리될라쿵께그랬는지몰라도지가잔뜩술이체갖고주는대로냉큼냉큼받아묵었던기라예.솔직히깨놓고말하모서선생님한테품었던미운생각도한몫했던거겉에예.에라모리겄다.마음도그렇고항께한잔묵고이자삐야되겄다쿠는생각도있었던기라예.
접장생활맻년함서애북술도마싰는데그날밤에는고마인사불성이됐는기라예.
그래서우찌됐십니꺼?
진경은아무말도없이술잔을비웠다.영호역시아무말없이술을입에털어넣었다.
약간의정적이흐른후진경은입을열었다.
선생님,다음날아침에일어나본께여관방이었십니더.지옆에한선생님이자고있었고예.
시계를본께아침일곱시더라꼬예.얼릉일어나옷을입고집으로왔십니더.
그날학교에는몸이아파몬간다꼬연락해놓고하루종일꼼짝도안하고집에누버있었십니더.오후가댕께한선생님이지가있는집으로왔더라꼬예.만내지도안하고문밖에서돌리보냈십니더.그란다꼬해가지고아무일도없었던것메이로넘어갈수가있십니꺼.
그날부터한선생님이적극적으로나오는데오데갠딜수가있어야지예.그때만해도여자가몸을뺐기고나모심장에’주홀글씨’가찍히갖고꼼짝달싹도몬했던기라예.전디다가몬해서갤국은결혼에동의하고말았십니더.
그다음해3월달에식을올맀지예.
그란데,갤혼하신지삼년만에이혼을하싰다면서예.
서선생님,그이야기까지도해야됩니꺼?
아,아입니더.그냥궁금하기도해서…
그라모그이야기도해야되겄네예.그래야이야기가끝날거겄십니더.
저,하선생님,벌써시간이열시가까이됐신게고마진주로가입시더.그래야맘놓고술도한잔할수있을거겄고말입니더.괜찮지예?
두사람은음식점주인에게부탁해서택시를불렀다.밤열시가되었는데도비는추적추적내리고있었다.
원지에서진주까지가는이십여분동안진경은아뭇소리도하지않았다.차창너머비내리는밤길을내다보는진경의얼굴에갖은회한이서린듯했다.
영호는신안동먹자골목에있는카페앞에차를세웠다.’로망스’란간판이눈에들어왔다.
비오는주말이어선지카페안은조용했다.창문근처이십대남녀가오손도손얘길나누고있었을뿐이었다.
이름에걸맞게실내에는베토벤의’로망스’2번F장조가잔잔히흐르고있었다.
영호는맥주와마른안주를주문했다.가오리찜에다가육회,은어회와중국요리를먹는동안소주와맥주를제법마셨지만영호나진경은그런대로멀쩡했다.
영호가진경의잔을채웠다.
자,하선생님,인자집가차이왔신께새로운맘으로한잔하입시더.
그러자진경도방긋웃었다.
오늘날을참잘잡았네예.비도쭈룩쭈룩내리고.이상하이비오는날은술이땡긴단말입니더.
그렇지예.지도마찬가잡니더.저’로망스’들응께맘이참그렇네예.그리도신경질적이고비사교적이었던베토벤한테서저런감미로운멜로디가나왔다쿠는거는이해가안간단말입니더.저간드러진바이올린선율함들어보이소.저걸두고심금을울린다안쿱니꺼.
맞십니더,팽생장개(장가)도몬가고혼자살다가죽은베토벤이인류를향해고백한사랑의노래,그랑께택을치모이곡이인류를’불멸의연인’으로생각한베토벤의프러포즈다이말아입니꺼.지가갤혼했던한선생도저음악을참좋아했는데,사람은그기아이더라꼬예.(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