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40, 끝)

40년만의뜨거운입맞춤이었지만나이탓인지둘의행동은의연했다.젊은시절의열정과거칠것없는자신감은사라졌지만예의바른진중함과수렁처럼깊은사려는살아있었다.

오랜입맞춤이지나가고둘은나란히비내리는창밖을내다보며앉았다.그토록갈망했던입맞춤때문이었을까.진경은아뭇소리없이영호의어깨에기댄채어둠속의남강을내려다보고있었다.영호도칠흑속에묻힌남강을응시하며고른숨을내쉬고있었다.
긴여백을깨고진경이입을열었다.
영호씨,지는예이밤으로도지내간사십년의아픔을보상받는거겉십니더.지낸시간들을생각해본께우찌보모지는참복도지지리없는여자로살았어예.갤혼삼년만에두살배기아들하나덱고나와이날이때꺼정참불쌍하게살았지예.이래영호씨를만날줄은참말로몰랐십니더.
진경씨,우찌됐던지인자는절대로진경씨를안놓을낍니더.두고보이소.지난애럽던시간들싹다(전부)보상해줄끼라예.살아감서두고두고갚아나갈낍니더.인자지한테그런시간도있고능력도있십니더.
아입니더,영호씨.너무부담갖지마이소.이밤이지내고내일지를모린다캐도지는아무말도안할낍니더.
앗따,진경씨.내말함믿어주이소.사십년전그날밤은지가세근(철)이없어가꼬진경씨마음도모리고큰실수를했지마는인자는아입니더.지가옹골지거로붙잡고있을끼라예.
영호씨마음은잘알았십니더.그렇지마는우리한테는딸린가족이있다아입니꺼.우리둘이만좋다꼬다되는건아이라예.넘어야될산도있고건내야될강도있는기라예.
맞십니더.그래도진경씨,택도없는말씀마이소.그럴일도없겄지마는인자절대로양보없십니더.그랑께우떤일이있어도진경씨는지만믿고따라주이소.
영호씨,한밤중에싱간하다가시간다보내것십니더.뜬눈으로밤을새울끼라예?
아이쿠,우짜다가말싱간을다했네예.
두사람은침실로들어갔다.
사십년만의만남이어서였을까.그날밤장대비속에간혹뇌성과벽력이천지를휘둘렀지만둘의잠자리를간섭하지는못했다.그만큼사십년의아쉬움을일순에보상받기라도하듯둘의행보는추호도주저함이없었다.
….내사랑너는어여쁘고도어여쁘다너울속에있는네눈이비둘기같고네머리털은길르앗산기슭에누운염소떼같구나네이는목욕장에서나오는털깎인암양곧새끼없는것은하나도없이각각쌍태를낳은양같구나네입술은홍색실같고네입은어여쁘고너울속의네뺨은석류한쪽같구나네목은무기를두려고건축한다윗의망대곧방패천개,용사의모든방패가달린망대같고네두유방은백합화가운데서꼴을먹는쌍태어린사슴같구나….(성경아가4장1~5절)
다음날,밤새장대비와천둥,번개가언제요란을떨었냐는듯날씨는쾌청했다.
창밖에서밀려오는상큼한바람이볼을간지럽히는걸느끼며진경은눈을떴다.짧은단잠이었지만심신은의외로상쾌했다.기지개를켜다가문득낯선침대와도배지를깨닫고잠시놀랐다.그러나이내간밤의일들을떠올리며쑥스런미소를지었다.창밖은환하게개어있었다.
침대에서내려와창문을열고깊은심호흡을했다.신선한공기가가슴을서늘하게식혀주었다.
멀리유유히흐르는남강이살갑게눈길을자극했다.그래,저남강은언제나내편이었지.고달프고서러웠을때때로는저강물을내려다보며목매인하소연을하곤했었지.그때마다남강은내어깨를다독여주고내등을어루만지며나직하게말하곤했었다.그래,울지마라.잘될거야.내일도태양이떠오르는한너는잘될거야.
마치슈베르트의연가곡’아름다운물방앗간의처녀’에서이루지못할짝사랑으로애간장을태우던청년이시냇물에몸을던졌을때19,20곡에서그시냇물이청년을다정하게위로하며자장가를불러주었듯이.
주방에서들려오는도마두드리는소리를들으며진경이거실로나왔다.
영호는제법앞치마를두르고무언가요리를만들고있었다.오디오에선사랑스런브람스의왈츠15번이흘러나오고.
서선생님,아,영호씨.머맨든다꼬도매(도마)소리가요란합니꺼?
진경씨,잘잤어예?이거안되겄다.고마오늘부텀서로말놓읍시더.그라모다시말합니더.그래,진경아.잘잤나?
오늘날씨억수로좋네.가마이생각해본께내가안죽까지숙제로몬한기있는기라.
그래,영호야.무신숙젠데?말해봐라.숙제라쿠모내가그쪽에는귀신아이가.
그기아이고내숙제는말이다.오늘아침묵고다부(다시)내원사로가는기라.우리둘이거게서꼬있신께그게서새로시작하는기라.우떻노,진경아.
조오치,영호야.그라모내가그날메이로또김밥싸야되나?
김밥은됐고,아매도그게가모요새는묵을거천질끼다.
영호야,오늘도내가배가아푸다꼬해야되겄나?
진경의우스개소리에둘은기분좋게웃음을터뜨렸다.
시원한바람이다시밀려왔다.(끝)
*글을마치며인사드립니다.
그동안변변찮은글읽어주시고격려보내주심에감사를드립니다.
별준비없이10회정도생각하고글을시작했지만좀길어졌습니다.
글올리면서도많은고민했습니다.특히사투리문제에고민많았습니다.
고향생각하며쓴글이어서어쩔수없이고집피우며강행했습니다.
이해부탁드리면서,다시한번감사의인사올립니다.
이웃님들,늘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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