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와의 한나절
이번한주간은휴가를받았다.
물론사무실에나가고들어오는건내맘이지만어쨌든공식적으로휴가를받았다.
모처럼가져보는느긋함도좋지만혼자서무엇이든할수있다는게여러모로마음편하게한다.
엊저녁엔EBS다큐멘터리작품들을보다가새벽두시께나잠자리에들었다.
아침에하늘을보니잔뜩찌푸려있는게한줄기할것같다.아니나다를까.오전9시쯤되자길거리에오가는사람들이우산을쓰고다닌다.비가시작할모양이다.
그동안재미있게봐왔던경인방송의드라마’유나의거리’도끝났으니볼게없다.그드라마보면서가슴찡했던대목하나가있다.극중’도끼’란이름으로나오는영감이치매에걸려요양병원으로가기전아는사람들을모아놓고불렀던노래가있었다.’…눈감으면고향눈떠면타향…’하는노래였다.
이노래는지난1964년여름철에KBS방송에서보냈던드라마의주제곡이었다.내가좋아했던최희준선생의노래였다.그방송드라마를라디오가있었던우리집에서동네아줌마들이즐겨들었던걸로기억한다.
아내는운동하러가고나는지난주속초간다고못했던집청소를했다.늘말했지만이건내몫이니까.^^
청소를마치고혼자만의오찬을준비했다.찌개도데우고내가좋아하는반찬두세가지를꺼냈다.
새로지은따끈따끈한밥을푸다보니한잔생각이났다.비도쭈룩쭈룩내리고.ㅎㅎ
석류주는미처준비못했고’꿩대신닭’으로담궈두었던살구주를꺼냈다.맛이괜찮다.
유투브에서비발디(AntonioVivaldi,1678-1741)의음악을골랐다.
12곡의바이올린소나타였다.현란한그의관현악곡에비해바이올린소나타는무척감성적이다.음악에흠뻑빠지다보면창밖의빗줄기가눈물이라도자아낼것같다.
안토니오비발디.그의이름을처음들었던것이1964년여름이었다.
그의음반’사계’를들으며도대체모차르트말고이렇게멋진음악을작곡할수있는가며회의를품기도했었다.
우리가너무도잘아는’사계’는처음’합주협주곡’이라고했다가뒤에는바이올린협주곡이라고도했다.
그건별로중요하지않았다.누가연주했든음악이너무좋았으니까.그래도이무지치의연주가일품이었다.

이탈리아베네치아출신의신부로,작곡자이자바이올리니스트였던비발디는’붉은머리의사제司祭’로도불렸다.
그의바이올린소나타를들으며’초라한오찬’을즐길수가있다니,내가그시대의왕이나귀족이아니고무엇이랴.
비내리는창밖을내다보며한잔의살구주와영롱한비발디의음악은더없는조화였다.
이쯤되면과거18세기유럽의황제를부러워해야할이유가전혀없다.ㅎㅎ
비발디와함께한한나절,가히꿈의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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