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적시게 한 ‘고구마줄기 무침’

오늘아침식탁에고구마줄기무침이올라왔다.

고구마줄기껍질을벗겨내고데친후갖은양념으로무쳐낸음식이다.8월초햇고구마가나오기시작할무렵이면고구마줄기도함께나왔다.

나도그무침을좋아하지만아내역시좋아해서종종맛보게되는계절음식이다.무침외에도된장국에넣어먹으면아삭아삭씹히는맛이밥맛을더해준다.

이상하게오늘아침고구마줄기무침을젓가락으로집는순간눈시울이뜨거워졌다.목이메이고눈물까지핑돌아아내가볼까봐얼른고개를돌렸다.

추석이가까와서였을까.아니면나이탓일까.참으로이상한일이었다.

고구마줄기를보면하나뿐인여동생얼굴이떠오른다.

나보다두살적은여동생은생일이늦어학교는3학년이차이가났다.코흘리개시절내게절대양보를하지않고고집을부려어머님께회초리도많이맞았다.

내가고2였던1962년,아버님이부산에직장을구해서갔고세살배기막내동생만데리고어머니도뒤따라갔다.그러다보니3남1녀의손주들은고스란히60대후반의할머니가맡게되었다.

세상살이가팍팍했던60년대초반,고령의할머니는손주들치닥거리에무진고생을하셨다.

내밑의남동생둘은국민학생들이라아침마다학교보내기에진땀을빼셨다.그때여중2년생으로열다섯살이었던여동생이할머니를거들었다.가끔식사준비도했고,동생들도거두었다.

그시절여름철이면시장에고구마줄기가지천으로나왔다.할머니가장을봐오면우리는고구마줄기껍질까기에들어갔다.아주가끔햇고구마라도사와서풍로에삶는날이면동생들은명절을맞은양좋아라했다.

풍로는여름철마당가에솥을걸고음식을장만했던기구였다.함석으로된원형의틀위에솥을얹었다.땔감은장작이었는데아침,저녁불붙이는것또한만만치않았다.

여동생은밥도잘했고된장찌개도맛있게끓였다.

특히고구마줄기를넣은된장국을잘끓였다.더러는줄기로무침도만들었는데맛이제법이었다.

그고단했던시절,여름철이면갓지은밥에열무김치와고구마줄기된장국이나무침만있으면한그릇뚝딱이었다.

그래서여름철이면종종고구마줄기무침이생각나곤했다.

여동생은자식들과서울강남에살고있지만나하고는좀소원한관계에있다.

십수년전모친상이후그렇게되었다.젊은시절엔나하고술잔을종종나누며우의가돈독했던때도있긴했다.

앙금이아직도가시지않았지만오늘은웬지그여동생생각이난다.

내마음이여려진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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