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듣는 브람스
시월에들어서니가을이성큼다가왔다.
설악산엔벌써단풍이물들었고,여름내내푸르름을자랑하던길가의플라타나스잎도갈색으로변해간다.
한잎,두잎길바닥에나딩굴던나뭇잎도얼마안가발길에차이고밟힐만큼우수수떨어지겠지.
달밝은밤에스산한가을바람을맞을때면브람스의음악이생각난다.
우리가잘아는브람스(JohannesBrahms,1833-1897)의음악이라면네손을위한피아노곡(연탄곡)’헝가리무곡’도있고,결혼식장에서흔히듣는왈츠(op.52의15)도있다.
이곡들도좋지만가을에듣는브람스의음악은뭐니뭐니해도네개의교향곡이다.이곡들은브람스의작품이면서도독특한저마다의개성들을갖고있다.
이음악들을가을밤에호젓이앉아듣노라면그누구도맛볼수없는가을의정취를흠뻑즐길수있을것이다.
교향곡제1번(op.68)은’베토벤의10번교향곡’이라고들부른다.
곡에서풍기는맛에서베토벤의체취를느낄수있기때문이다.1악장에서자주등장하는팀파니의울림은베토벤의교향곡제9번’합창’의2악장을연상케한다.
이곡의멋은4악장에있다.그장려한멜로디를듣노라면가슴이시려올지경이니까.이악장은오래전에나왔던영화’카운트포인트’에서찰톤헤스톤이미군포로들을탈출시키는장면에서지휘한곡이기도하다.
교향곡제2번(op.73)은’전원교향곡’이라고부른다.
베토벤의교향곡제6번’전원’에서맛보는목가적인흥취를흠뻑느낄수가있다.
교향곡제3번(op.90)은’영웅교향곡’이라고들부른다.
역시베토벤의교향곡제3번’영웅’의그박력과위엄을고스란히느낄수있기때문이다.
이곡의3악장포코알레그레토(Pocoallegretto)는영화’이수'(위사진)에인용되어더유명해졌다.1961년에제작된’이수(원제GoodbyeAgain)’는프랑소아즈사강의소설’브람스를좋아하세요?’를원작으로하고있다.
잉그릿드버그만과안소니퍼킨스,이브몽땅이주연한이영화에서연상의여인버그만을사랑하는퍼킨스가음악회에초대하면서물었던말,’브람스를좋아하세요?’가제목이되었다고한다.
그렇지만이곡의백미는4악장에있다.질풍노도처럼몰아붙이는관현악의함성이마치영웅의호령처럼들린다.
교향곡제4번(op.98)은흔히들’가을교향곡’이라고부른다.
곡이시작하면서울리는현악기군의노래가저물어가는가을저녁에나부끼는낙엽을보는듯가슴을적셔준다.
가을달을창문너머보면서이곡을들으면금방눈물이라도흐를것만같은감정을유발시키는애처로움이있다.
시인천상병씨는이음악을무척이나좋아해서라디오만틀면왜브람스4번교향곡은안나오지하고말했단다.
내가가진씨디는볼프강자발리쉬가지휘하는빈심포니커의연주음반이다.
자발리쉬의명성에걸맞게멋진연주지만일부러유투브에서브루노발터(BrunoWalter,사진)의연주로골랐다.
어쩐지오늘같은가을엔중후한발터의연주가땡겨서이다.
아니면그옛날고2때그의연주로들었던베토벤의교향곡제5번’운명’의여운이아직도남아서일까.
내일부터목요일까지나흘동안지방으로여행을떠난다.
올해팔순인작은처형이예전에살았던동네들이보고싶다고해서아내와함께떠나는데나도얹혔다.
내일은진주를거쳐처남이살고있는밀양까지간다.다음날은밀양에서처형과아내의출생지인진해와마산을둘러보고부산에서일박한다.그다음날은부산에서살았던보수동과국제시장,태종대,해운대등을보고역시부산에서일박한다.목요일아침,나는일때문에서울로오고아내는처형의별장이있는경북상주화북으로가서토요일에상경한다.자동차는기사가딸린처형의차를이용하기에편안한여행이될것같다.
이웃님들,다시뵐때까지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