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해방감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지난월요일부터오늘까지3박4일의지방여행을마치고돌아왔다.
떠날땐아내와함께출발했지만돌아올땐나혼자다.처형과동행해서아내는처형의별장이있는경북상주화북으로가고급한볼일이있는나만서울로왔다.
아내는토요일오전에온다니까곱다시이틀밤을혼자서지새워야할터이다.
이저녁,빈집에돌아오니뭔가허전하다.전에는아내가집을비운다면해방감에서’얏호’소리가절로나왔지만이젠아니다.가슴한구석이뻥뚫린것같고찬바람이부는게허전한생각만든다.
이것도칠순에접어든나이탓일까.
오늘아침,부산에서아침일곱시에호텔을나설계획이었지만잠을설치다보니여섯시조금넘어나섰다.
호텔침대배게란게두개를배어도자꾸둘러빠지는게영~~편하지않았다.배게가높아야편한내겐참으로고역이었다.객실도우미를불러높은배게를가져오라고부탁할까했지만너무쪼잔한것같아그만둔게결과적으로엄청고생만한셈이다.
해운대역에서지하철을타고노포터미널에서고속버스를탔다.서울까지네시간반이걸렸다.고향진주보다한시간이더걸렸다.예전엔거의부산까지왔다가진주까지가서’진주라천리길’이란노래도나왔다.
이젠진주가는게부산보다더빨라졌으니격세지감隔世支感이있다.
일을마치고퇴근해서집에들어서니왠지썰렁한생각이들었다.
평소같으면미소로반겨줄아내가없어서일까.가슴이서늘해지고먹먹한감이들었다.
그러다가아차하고고개를저었다.지금팔순의처형은5년전남편을먼저보내고아직도큰아파트에서홀로지내고있다.물론주위에도우미는있지만아들이같이살자고애원을해도요지부동이다.
가끔아내가처형을찾아가면자고가라며붙잡는단다.이런저런핑계를대고나오면한동안삐쳐서말을하지않는다고했다.이삼일만안보여도아내의빈자리가크게보이는내게처형은대단한분이다.
퇴근하면서쇼핑센터에들러생선회를사오려다가그만두었다.
지난사흘동안생선회를푸짐하게먹었기에오늘은단백한음식이생각나서였다.
마침사다둔토란생각이났다.인터넷에서레시피를찾으려다가내방식대로해먹기로작정했다.토란을깨끗이씻어물과함께앉힌다음된장을풀고멸치를넣었다.여기에양파를듬뿍썰어넣고청양고추까지칼칼하게보탰다.
한소끔끓이니구수한냄새가났다.
전기밥솥에밥도앉혔다.이젠밥정도는아내에게지지않을만큼실력이늘었다.
냉장고에넣어둔생선찌개도데우고몇가지반찬을내놓으니그럴듯하다.
얼른브람스의교향곡2번을올리고포도주한잔을따뤘다.이포도주는지난추석아우가가져온것이다.아우의처가가있는대부도에서생산되는포도로담근것이라고했다.
토란된장국에포도주,브람스의음악까지있으니얼마나멋진만찬인가.
그러나기분은왠지별로다.
지난날아내가집을비우면해방감을느꼈지만이젠아니다.
오히려옆에서다따부따소릴질러야성에찰것같다.잔소리하는아내가없으니별로재미가없다.
왠지허전한생각이들고찬바람까지부는것같다.이제나이도먹을만큼먹은탓일터이지.
그래도외로운생각까지드는건왜그렇지.
참,별일이네.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