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했다.
엊저녁, 사위에게서 블로그 사진 올리는 걸 배워 기분 좋은 김에 석류주를 몇 잔 마셨다. 오전 두 시께 잠자리에 들었지만, 아내와 약속한 게 있어 일찍 출근했다. 뒤늦게 사무실에 나온 아내는 내 몰골이 가엾었던지 일찍 들어가라고 아량을 베풀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나이 일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아침이면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친구들 가운데는 한때 잘 나갔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아침마다 베낭 메고 산에나 다니는 친구도 있다. 연금도 받고 사는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아침이면 갈 곳이 없어 마누라 눈 길 피해 산에나 다닌다며 막걸리 한 잔 놓고 신세타령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정년퇴직 없는 내 손바닥 만한 일터가 그렇게 감사하고 대견했다. 하긴, 이 일터도 30여 년 전 어떤 인간의 간계로 직장에서 나와 스스로 차린 곳이었지만.
작은 일터라도 내겐 엄청 소중하다. 직원 두엇 월급주고도 우리 내외가 아직까지는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오히려 베풀며 살고 있으니까. 아들녀석이 뒤늦게 신촌 모 대학교 대학원에 등록하고 3학기째 다니고 있지만 수백만 원의 등록금도 우리가 주고 있다. 말이 나왔으니 아들자랑 좀 하련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1급 자격증도 있지만 지금은 전공과는 전혀 다른 건설관련 회사의 기획실에서 선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년쯤 후엔 임원으로 승진할 거라며 큰소리 치지만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다. 뒤늦은 40대 중반에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2학기 연속 올A플러스를 받아 장학금을 받았다. 그럴 줄 알았으면 박사 공부를 시켜 대학교수를 만들 걸 그랬다고 아내와 가끔 농담도 한다.
어쨌거나 자식들 신세 안 지고 베풀며 산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퇴근하면서 을지로3가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탔다. 홍제역에 내려 인왕시장 가끔씩 가는 반찬가게에서 조개젓갈과 메추리 알조림을 샀다. 아무래도 집에서 점심 먹으며 한 잔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얼씨구, 한 상 잘 차렸다.
메추리 알조림, 조개젓갈에다가 마늘쫑무침, 연근조림까지 있으니 석류주 몇 잔은 거뜬히 마실 수 있으리라. 석류주는 누누히 말씀 드렸지만 석류주스와 소주의 칵테일이다. 여기 음악이 빠지면 안 되겠지. 오늘도 역시 키타로[喜多郞] 음악 중 ‘돈황敦煌’을 들어야겠다. 나중에 셸리 맥로린의 낭만적인 피아노음악을 추가하더래도.
이만 하면 소소한 행복치고는 일품一品이렸다.
데레사
2016년 5월 2일 at 4:43 오후
ㅎㅎ
행복이 뭐 별건가요?
그만하면 족하지요.
바위
2016년 5월 2일 at 5:21 오후
항상 좋은 충고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영지
2016년 5월 2일 at 6:14 오후
진정 행복하신 겁니다.
그리고 사진 올리시게 된거 축하드립니다.
바위
2016년 5월 3일 at 11:23 오전
작지만 만족하며 살지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