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두 노인을 만났다.
한 동안 뜸했는데 어제 한 노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일 오전 11시에 군민회郡民會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만난지도 오래 됐고해서 만나기로 했다. 물론 나를 부른 이유는 알고 있다. 그 분이 책임지고 만들고자 하는 어떤 책 때문일 터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책 때문에 한참 이야길 나누는데 군민회 사무국장이 들어왔다. 마침 점심 때가 되어 인근 식당으로 모셨다. 예전 같으면 막걸리 몇 잔 정도는 나누는데 두 노인은 감기를 핑계대고 술을 사양했다.
나를 초청한 노인은 군민회장도 하고 군수, 도민회 부회장까지 했다. 두고온 고향을 위해서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 분이시다. 서울대를 나와 중, 고등학교 교장을 했다. 그분이 군민회 회장을 할 때 내가 책을 만들어주어 몇 년 동안 잘 알고 지낸다.
군민회 사무국장은 70년대 중반 탈북했다. 아직도 북한 이야길 하면 고개를 흔든다.
이 두 노인과 같이 점심을 먹었다. 5천 원짜리 순두부찌개였다. 두 노인이 술을 사양했지만 나는 용감하게 막걸리를 시켰다. 결국 혼자서 두 병을 마셨다.
밖에는 비가 추룩추룩 내리고, 나는 군민회 회장을 사무실이 있는 빌딩 입구까지 모셨다.
같이 우산을 받고 가면서 회장이 내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보게, 내가 올해 여든여덟이네. 아, 그래요. 미수米壽네요. 그래, 맞아. 아이구, 회장님, 건강하십시오. 그래도 이보게, 나는 통일 될 때까지 살 것이네. 아직 괜찮아.
혼자 우산을 받고 오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물론 술도 다깨버렸다.
데레사
2016년 5월 10일 at 7:17 오후
부디 통일될 때 까지 사셨으면
합니다.
바위
2016년 5월 12일 at 10:08 오전
여등여덟인데도 건강했습니다.
그날은 감기로 안 마셨지만, 막걸리도 한두 잔하시지요.
건강하셔서 통일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journeyman
2016년 5월 11일 at 4:26 오후
점심으로 막걸리 두 병이면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은데
바위님 주량도 대단하시네요.
건강 관리를 정말 잘 하시는 듯합니다.
바위
2016년 5월 12일 at 10:07 오전
그날 비도 내리고 해서 마셨지요.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ㅎㅎ
집에 와서 몇 잔 더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