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엄청 바빴다.
퇴근시간이 되니 피곤했다. 지하철을 타고 신촌역에 내려 G마트에 들어갔다. 물론 근처에 H백화점이 있긴 하지만 나는 마트를 좋아한다. 이렇게 피곤한 날은 내 육신을 내가 다독여줘야 한다.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맛있는 음식과 한 잔하고 푹 자는 일밖에 없다.
석류주 재료를 사러 갔더니 광어회를 싸게 팔고 있다. ‘싱거워서’ 잘 안 먹는 회지만 한 팩 샀다.
집에 와서 석류주를 만들고, 광어회를 뜯었더니 싱싱하다. 오랜 만에 광어회와 한 잔했다.
혼자서 광어회와 한 잔하는데 음악이 빠질 수가 없지.
요즘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콧틀랜드’를 오디오로 듣고 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런던교향악단의 연주다. ‘관현악의 풍경화가’란 말이 걸맞게 오케스트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물론 ‘핑갈의 동굴’서곡은 그 그림이 더 눈으로 보는 듯 하지만.
다른 건 없는가 해서 유투브를 찾았더니 샤를 문슈(Charles Munch)가 지휘하는 보스턴교향악단의 연주가 있다. 문슈의 지휘, 보스턴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이게 얼마만인가!
20대, 젊은 시절 문슈와 보스턴의 연주를 레코드로 많이도 들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었다. 특히 2악장의 ‘무도회’에서 만난 그 우아하고 깔끔했던 선율, 그 감흥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짜릿하다. 귀한 동영상이었기에 몇 장 찍었다. 요즘 같지 않아 지휘자의 얼굴을 잘 안 보여주었다. 그래도 찍으려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기회가 없었다. 팔이 아파 휴대폰을 떼었더니 그제사 문슈의 얼굴이 나온다. 다시 휴대폰을 들었지만 문슈는 금방 지나가 버렸다. 포기할 수밖에.
간만에 만난 광어회와 음악, 편안한 밤이었다.
데레사
2016년 5월 20일 at 7:21 오전
광어회와 음악, 그리고 편안한 밤.
바위님의 퇴근후를 그려 보면서 빙긋이 웃어 봅니다.
사는게 뭐 별건가요?
이런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지요.
바위
2016년 5월 20일 at 10:19 오후
싱싱한 광어회와 음악까지 곁들이니 세상에 부러운 것 없었습니다.
이게 세상 사는 맛과 멋이겠지요.ㅎㅎ
건강하시고 평안한 금요일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