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사무실에 나가는데 휴대폰에서 계속 ‘카톡, 카톡’ 소리가 났다. 열어보니 고교 동창회 총무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오는 5월 26일 오후 7시에 교대역 인근 한 식당에서 모인다는 연락이었다.
1964년 고교 졸업 때 졸업생은 3백 60여 명이었다. 80년대에 재경 동창회를 만들면서 보니 서울에만 1백여 명이 살고 있었다. 고향엔 기껏 50여 명이었는데 대단한 숫자였다.
그렇지만 어찌된 셈인지 모이는 숫자는 시원치 않았다. 90년대엔 자식들 혼사도 있고 해서 그런대로 30여 명 정도 모였다. 그것도 끝나고 나니 10여 명 수준이었다. 다른 기수들은 잘 모이는 것 같은데 유독 우리 34회만 출석률이 저조했다.
간혹 재경 총동창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나가면 낯이 뜨거울 지경이었다. 33회와 35회는 수십 명이 모여 왁자지껄 한데 우리 기수는 불과 10여 명이 모일 뿐이었다. 게다가 회장 할 사람이 없어 급기야 3년 전인가 소리 없이 해산하고 말았다. 그 동안 적립했던 기금은 재경 총동창회에 장학기금으로 희사해 버렸다.
자식들 혼사도 없고 하니 친구들과의 연락은 끊어지고 말았다. 가끔 몇몇 친구들과만 전화연락해서 소주나 한 잔하는 게 전부였다. 술이 거나하면 친구들은 동창회가 깨져버려 송년모임을 못 한 게 몇 년은 된다면서도 누구 하나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 마지막 총무로부터 동창회모임을 가진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총무는 동창회 단톡방을 만들었다며 방문하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채 30분도 안 됐는데 40여 명이 방문했다. 그러고는 한다는 소리가 모두들 반갑다며 반색들을 했다. 게 중에는 만나서 소주 한 잔하자는 제안들도 있었다.
그래, 그 동안 얼마나 외로왔으면 채 반 시간도 안 돼 40여 명이 방문했을까. 짠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아예 문자 보내는 걸 배우지도 않았다. 그런데 친구들 사연을 보니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사무실 여직원에게 부탁해서 문자 보내는 걸 배웠다. 해보니 별로 어렵지 않았다.
해서 단톡방에 처음으로 문자를 날렸다. 금새 몇몇 친구들로부터 답신이 왔다. 이렇게 좋을 수가!
그래, 친구들아. 그 동안 많이들 외로왔구나! 낼모레 저녁에 만나 한꼬뿌하자꾸나.^^
journeyman
2016년 5월 24일 at 2:20 오후
오랫만에 친구분들과 회포를 푸시겠네요.
제가 가 뿌듯합니다. ^^
바위
2016년 5월 24일 at 7:22 오후
오랫만에 친구들과 만날 걸 생각하니 가슴이 벅찹니다.
당연히 소주 한 잔하겠지요.ㅎㅎ
나이 먹으니 그래도 오랜 고향 친구가 제일입니다.
데레사
2016년 5월 24일 at 6:06 오후
요즘 세상 참 좋지요?
카톡으로 한꺼번에 대화도 가능하고 무료통화를 이용하면
세계 여러나라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과도 돈 안들이고
통화도 하고…..
한 꼬부 하실 일 생겨서 좋지요?
바위
2016년 5월 24일 at 7:19 오후
참 좋은 세상입니다.
카톡방에 친구 40여 명이 찾아와서 대화를 했으니까요.
모레 저녁 동창들과 만날 걸 생각하니
지금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ㅎㅎ
김 수남
2016년 5월 26일 at 10:49 오후
네,그 마음 정말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저도 중학교 동창 45명과 카톡방에서 만나거든요.초등학교 친구가 다 중학교 친구들이기에 함께 만나는 즐거움이 참 크고 좋은 세상 사는 감사도 큽니다.26일 7시면 이미 만나시고 계시거나 만나시고 귀가하시는 중이시겠어요.참으로 반가운 해후셨겠습니다.저도 저의 친구들을 만날 때와 같은 반가움이 전해옵니다.축하합니다.고향 친구 분들과 살아가는 기쁨을 더욱 함께 풍성히 나누시게 되길 축복합니다.
바위
2016년 5월 27일 at 9:55 오후
감사합니다.
어제 저녁에 고교 동창들과 즐거운 시간 갖고 왔습니다.
나이 먹으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제일 반갑네요.
요즘도 단톡방 덕에 친구들과 안부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