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동 흥남집에서 냉면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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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나왔다가 인근 중부시장에 건어물을 사러갔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날씨도 더운데 오장동에서 냉면 한 그릇 어떠냐고 했다. 그렇찮아도 시원한 게 생각나던 참이었다. 11시 반에 흥남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점심시간 전인데도 실내는 만원이었다. 몇 년 전 자주 다녔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전에는 바닥에 앉는 자리 위주였지만 의자 식으로 바뀌었다. 냉면을 좋아하는 세대가 노인들이라 앉기 편하도록 바뀐 것 같았다.

나는 물냉면을, 아내는 비빔회냉면을 시켰다. 서로 조금씩 바꿔먹었다. 옛날 맛 그대로였다. 아내는 그대로 먹었지만 나는 식초와 겨자를 듬뿍 넣었다. 육수를 맛보던 아내는 주는 그대로가 좋은데 식초와 겨자를 많이 넣었다고 타박이었다.

10년 전 흥남시민회 분들과 책을 만들면서 흥남집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편집회의가 있거나 교정 관계로 만날 때는 여축없이 흥남집이었다. 주인장은 흥남 분들이 주문하면 반드시 냉면사리를 공짜로 주었다. 그때도 창업자인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건물 간판에 얼굴만 올려져 있었다.

당시 편집을 주관했던 H교수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반드시 살아서 고향산천을 다시 밟아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건만 인명人命은 하늘에 달렸나보다. 그 분의 말이 생각난다.

야, 그 추웠던 흥남부두에서 성탄 전날 미 해병 엘에스티를 타고 동해를 경유해서 거제에 내렸더랬어. 막상 이남 땅을 밟았지만 먹을 게 있어, 입을 옷이 있어. 거게다가 집이 있어. 참 답답하더만. 그래도 거제 사람들이 우리를 많이도 도와줬지. 거꾸로 거제 사람들이 흥남 땅으로 왔다면 우린 그렇게 못 해주었을 거야. 참 고마왔던 분들이었어.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5월 26일 at 5:55 오후

    맞습니다.
    거꾸로 이남 사람들이 이북으로 피난갔다면 어림없을겁니다.

    저도 회냉면을 좋아하거든요. 새콤달콤해서 자주 먹습니다.

    • 바위

      2016년 5월 27일 at 9:52 오후

      월남하신 분들을 거제 사람들이 잘 도와준 것 같습니다.
      지금도 고마와하는 걸 보면 틀림없지요.
      오장동 흥남집의 회냉면이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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