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에 들은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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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커피를 여러 잔 마신 탓인지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도 정신이 초롱초롱하다. 자정 무렵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뜻밖의 명연주를 들었다. 예후디 메뉴인(Yehudi Menuhin, 1916~1999)의 연주와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이 지휘하는 빈필과의 협연으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협주곡 5번(A장조, K 219)이었다.

메뉴인은 하이페츠, 그뤼미오와 함께 즐겨듣는 바이올리니스트다. 특히 그가 연주하는 바흐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기분이 울적하거나 아니면 엄청 좋은 날 반드시 듣고 지나가는 곡이기도 하다. 이런 명연주가를 그것도 카라얀과 함께 음악채널 ‘클래시카’에서 만났다.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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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는 35년이란 길지 않은 생애 동안 8곡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남겼다. 베토벤이나 멘델스존,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가 단 한 곡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남겼으니 모차르트는 많은 곡을 남긴 셈이다. 재미 있는 것은 1번부터 5번까지의 다섯 곡을 1775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에 걸쳐 작곡했다는 것이다. 그의 나이 불과 열아홉 살에. 그 여덟 곡 가운데 가장 많이 듣는 곡이 3번과 5번이다. 그 중 5번은 3악장이 보편적인 론도 악장이 아닌 메뉴엣 악장인데다가 터키 풍의 리듬을 사용해서 더 유명세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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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음악연구회가 1969년도에 펴낸 ‘세계명곡해설대사전’ 10권 협주곡 상권을 보면, 이 5번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1775년에 작곡된 다섯 곡의 ‘잘츠브르크 협주곡’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A장조의 작품은, 앞선 D장조의 제4번에서 약 2개월을 거친 12월 20일에 완성되었다. 일련의 작품의 마지막에 알맞도록 당당한 규모를 가진 작품이다. …..이 곡에서는 이 곡대로의 구성상의 새로운 기축機軸이 엿보인다. 이를테면 제1악장에서의 투티로 제시부와 다음에 오는 독주악기에 의한 제시부 사이에는 솔로로 아다지오의 서주序奏가 삽입된다는 새로운 작법이 주목되며…..지금까지 론도 형식으로 만들어짐이 보통이었던 피날레에는 템포 디 메뉴에토가 사용되고, 더구나 단조의 중간부에는 터키 풍의 리듬이 채택되어 이 곡 나름의 변화가 이루어져 있는 점도 구성상 재미 있는 일이다….>

오케스트라가 명시 되지 않았지만 짐작컨대 빈필일 거라 생각된다. 이 채널에선 카라얀이나 레너드 번스타인이 주로 빈필을 지휘하는 게 많이 나왔으니까.

어쨌거나 쉽게 잠들지 못 한 초여름 한 밤중에 두 거장巨匠을 만나 최고의 명연주를 감상했다.

아마도 오늘 밤 꿈자리가 무척 편안할 것만 같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6월 3일 at 6:09 오전

    클래식을 들으며 잠을 청하시는 모습,
    아하 하고 감탄 합니다.
    저는 주로 가요를 듣거든요. 패티킴이나 비틀즈 같은….

    건강하십시요.

    • 바위

      2016년 6월 3일 at 10:27 오전

      잠이 안 올 때는 음악을 듣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KBS 클래식FM을 잘 듣지만 ‘클래시카’도 좋습니다.
      오페라가 많이 방영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오페라엔 관심이 덜 가네요.
      물론 훌륭한 아리아들은 즐겨듣습니다만.ㅎㅎ
      건강한 나날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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