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 여든 한 번째 생신을 맞은 작은 처형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뭘 드시고 싶냐고 물었더니 오장동 냉면이 생각난다고 했다. 6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처형은 여의도에서 혼자 살고 있다. 우리 부부의 중매를 서기도 한 처형은 그 동안 여러 모로 우리를 도와주었다.
식사를 마치자 세종로에 가서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과거 문화공보부 건물이 무슨 전시관으로 바뀌었고, 그 3층에 카페가 있다. 작년에도 그 곳에 간 적이 있었다.
테라스로 나와 커피를 마셨다. 멀리 인왕산이 보이고 청와대 건물도 눈에 들어왔다. 앞에 나무가 있는 자리엔 치안본부(현 경찰청) 건물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중앙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3년여 했었다. 그 자릴 보니 새삼 40여 년 전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경회루 쪽 문을 열어주어 식사 후 그 곳 연못 가를 거닐었던 생각도 났다.
정부종합청사 뒷편에 유명한 복집이 있었다. 퇴근시간이면 가방을 든 공무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조금 더 올라가서 사직공원 밑에도 음식점들이 많았다.
유명한 ‘진주집’도 거기 있었다. 한 번은 주인장이 노신사 한 분을 소개시켜 주었다. 인사를 드렸더니 고교 선배이신 김일두 변호사였다. 이 분은 75년 ‘문세광 사건’이 났을 때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셨다.
삼청동 입구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퇴근 후 직속상사였던 J과장이 잡아끌어 이 앞을 지나 청진동으로 가곤 했다. 과장은 빈대떡 한 장을 시켜놓고 내게 소주를 권했다. 내가 교회 다닌다며 사양하면 한마디했다. 박 선생, 내 주를 가까이도 몰라? 그 분은 5공 시절 사표를 내고 모 대학에서 교수로 있다가 후일 고위 관료로 복귀했다.
세종로 쪽으로 오면 그 시절, 박봉에 시달렸던 그 때가 그래도 그립기만 하다.
데레사
2016년 6월 4일 at 4:14 오후
저도 지금은 없어진 옛 경기도청 자리의 경찰청 사무실에
몇년간 근무했어요.
허물지 않고 보존했었드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건물이지요.
지나간 세월은 다 아름다운가 봐요.
저도 그렇거든요.ㅎ
바위
2016년 6월 5일 at 4:34 오후
그땐 고생이었지만 지난 시간들은 그립습니다.
3년만에 경제적인 문제로 직장을 옮겼지요.
옮기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봅니다.ㅎㅎ
즐거운 주일 오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