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명보극장 건너편 먹자골목에 밀면 가게가 생겼다.
며칠 전 외출했다가 사무실로 돌아온 아내가 먹자골목에 밀면 가게가 새로 생겼다며 점심 먹으러 가자고 졸랐다. 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지만, 부산 여자여서 밀면은 댕기나 보았다.
열두 시 반쯤 갔더니 대기자들로 제법 길다란 줄이 보였다. 아무리 음식맛이 좋아도 줄까지 서서먹는 성격은 아니어서 발걸음을 돌렸다. 사무실에 왔더니 잠시 후 기다리고 있었던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릴 잡았다고.
밖에서 보기보단 실내도 널찍했고 깨끗했다. 게다가 직원들이 무척 친절했다.
나는 밀면 댓자, 아내는 보통으로 주문했다. 주문을 받고 면을 삶는지 몇 분 후에 밀면이 나왔다. 의외로 면이 쫄깃했고 맛이 좋았다. 내 입맛엔 약간 달았지만 부담스런 정도는 아니었다. 제법 많은 양의 댓자가 6,500원, 보통은 6,000원이니 가격도 착한 편이다.
서울에서 아주 가끔 밀면 간판을 보고 사먹었지만 그때마다 실망했었다. 해서 이 집도 그려러니 했지만 아니었다. 아마도 부산에서 먹을 수 있는 그 맛을 그대로 가져온 듯했다.
아내가 만두도 추가로 시켰다. 만두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맛을 보니 먹을 만했다.
괜찮은 밀면 가게가 충무로에 등장한 셈이다. 며칠 사이 세 번을 다녀왔지만 갈 때마다 잘 먹고 왔다. 단골이 될 것 같다.
나오면서 보니 부산 초읍에 본점을 둔 ‘가온밀면’ 충무로점이다.
초읍하면 젊은 시절 인근 연지동에 몇 년 살면서 나름 추억이 깃든 동네다. 참으로 먹을 만한 밀면 가게가 사무실 근처에 생겨 요즘은 점심 때가 기다려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