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본다. 시원하다. 가뜩이나 더위를 타는 내가 밤잠을 설쳤는데, 오늘 밤엔 제대로 잘 것 같다. 날씨를 보니 내일 산행은 진작 물 건너 갔고.
좀 일찍 퇴근했다. 지금부터 9월까진 내게 방학이나 진배없다. 해서 비도 쏟아질 것 같아 점심 때쯤 집으로 왔다. 이삼 일 한 꼬뿌 안 했으니 오늘은 한 잔해도 될 것 같다.
아내는 오전부터 탁구동아리에 갔으니 내게 시비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점심으로 메밀국수를 삶았다. 지인을 통해 몇 다발 사놓은 게 있다. 여기에 열무김치 좀 썰어넣고 비빔장 넣으면 거뜬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내 취향으로 겨자를 넣으니 더 맛있다. 그래도 한 잔하려면 이것 갖곤 부족하다. 다른 때 같으면 연어회라도 사왔겠지만, 오늘은 믿는 구석이 있다. 어제 먹다 남은 옥돔 머리를 다시 튀겨 안주로 하는 거였다.
한 상이 차려졌지만 사진을 올리진 못 했다. 내 폰이 어제부터 ‘sand anywhere’가 안 돼 사진 올리는 걸 포기했다. 물론 집 옆 대리점에 가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비도 내리고 해서 포기했다.
비빔국수를 먹고 옥돔 머리까지 다먹었다. 석류주 몇 잔을 한 셈이다. 그 동안 고교 친구들 단톡방에 글까지 올렸다. 이런 날 고향생각하며 한 잔씩 하라고. 여기에 맞는 음악으로 그라나도스의 ‘스페인무곡’ 중 2번 ‘오리엔탈’을 들어보라고 권했다. 첼리스트 오프라 하노이의 연주로. 덤으로 미셸 맥로린의 피아노 연주까지. 그 중 ‘외로운 무희’가 가슴을 때린다는 설명도 해주었다. 내가 생각해도 엄청 오지랖이 넓다.
비 오시는 월요일 오후, 좋은 음악과 석류주 몇 잔이 삶의 즐거움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