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오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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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었지. 그 날도 친구 넷이 모여 ‘월례회’를 했었지. 영등포구청 앞 복국 집에서 말이야. 대낮에 만났지만 한 잔 안 할 수가 있나. 그 날은 나도 소주 한 병 정도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친구 놈들이 놔줘야 말이지. 한 친구가 내게 자네는 한 병 갖곤 안 된다며 목소릴 높혔지. 그러자 득달 같이 주인장이 소주 한 병을 갖고 오더라고. 그것도 서비스라며 말이지. 그러니 안 마실 수가 있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두 병을 비운 거야.

친구 놈들은 2차를 간댔지만 나는 낮술에 취해 택시 타고 집으로 와버렸어. 그것까진 좋았는데 문제가 발생했지. 친구들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소싯적 얘기들이 나왔고, 내가 주도했던 고전음악 감상모임까지 얘기가 나왔다고. 집에 와서 석류주 한 잔을 마시면서 생각하니 그때 많이도 도와줬던 A씨가 생각나더라고. 나보다 서너 살 아래의 여자였는데, 피아노도 잘 쳤고 여러 모로 도와준 분이었지.

갑자기 그 여자분 생각이 났는데 그냥 넘길 수 있어야지. 해서 물어물어 그 분의 전화번호를 알아냈지. 물론 그땐 술도 많이 취했고 그런 전화를 해선 안 될 터인데 실수를 해버렸지. 두 번인가 전화를 넣었지만 받질 않더라고. 그래서 그냥 자버렸지. 다음 날 아침까지.

아침 일곱 신가 깨어 휴대폰 전 날의 통화내역을 보고는 무조건 삭제해버렸지. 한 시간즘 지났을까. 아내와 얘길 나누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 거야. 열어보니 모르는 전화번호였지. 무조건 끊어버렸어. 아내가 뭔 전환지 묻길래 아침부터 스팸전화가 왔었다고 둘러댔지. 별 수 있나.

그 전화가 전 날 전화했던 그 여자 분의 전화였던 것 같아. 아침부터 스팸전화가 올 리 만무했으니까.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그래도 잘 된 것 같아. 전화 통화해봐야 그렇고 그렇지 뭐.

이것도 또 한 번의 ‘오발탄’인가.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7월 23일 at 6:15 오전

    ㅎㅎ
    그리운 시절의 그리운 사람 만나봤자
    실망뿐이거든요.
    잘 하셨어요.

    저 오늘 퇴원합니다.

    • 바위

      2016년 7월 23일 at 12:17 오후

      퇴원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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