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물에 식은 밥을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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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가 필요 없는 책들 정리에 나섰다. 지난 월요일에 이어 두 번째 정리지만 버려야 할 파지들이 엄청나게 나온다. 고물상 영감을 불러 청소작업에 나섰다. 파지 외의 물건들도 있어 웃돈까지 건네며 정리했다. 아마도 10년은 묵은 것들이리라. 다음 주 초에 사무실 도색작업을 위해 땀께나 흘렸다.

2시 넘어 집으로 왔다. 아내는 외출 중이어서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 전기밥통에서 마지막으로 긁어낸 식은 밥이 있기에 찬 물에 말아먹기로 했다. 좋아하는 우거지된장국도 있고 청양고추 간장절임도 있어 이것만 해도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여기에 연어회까지 있으니 석류주 몇 잔도 가능할 터이다.

내가 어렸을 적 50년대는 대개 점심밥을 식은 밥으로 먹었다. 그것도 보리밥으로. 그때 찬 물을 마시려면 동네 우물물을 길어 와야만 했다. 그것도 거의 내가 해야만 했다. 여남은 살이었지만 형제들 중엔 맏이었으니까.

찬 물을 길어오면 어머님은 장독을 열어 봄에 담가둔 멸치액젓 중 건더기 몇 마리를 건져냈다. 거기에 풋고추와 고춧가루를 뿌려 반찬을 만들었다. 갓 떠온 시원한 샘미(우물)물에 찬 밥을 말아 멸치젓갈과 먹었던 그 맛, 구수했던 그 맛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 비하면 모든 게 훨씬 나은데, 왜 지금은 그때 그 맛이 안 나올까.

아무래도 내가 너무 늙었나보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8월 4일 at 9:45 오후

    그때 그맛, 절대 아니에요.
    입이 많이 변했거든요.
    멸치젓에 갖은 양념해서 먹고 싶습니다.

    • 바위

      2016년 8월 9일 at 12:23 오전

      멸치젓갈 참 맛있습니다.
      거기에 고향 말로 땡초(청양고추) 썰어넣으면 더 맛깔스럽지요.
      데레사 님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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