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벌써 한 달째라니 대단한 날씨임엔 틀림없다. ‘전기요금 폭탄’이 두렵다지만, 우선은 살고봐야 될 것 같다. 저녁이면 켰던 에어켠을 이젠 아침에도 사정 없이 틀었으니까.
이젠 나이가 있어 책 만드는 걸 피하고 있지만, 할 수없이 또 한 권의 책을 맡았다. 존경하는 함남 출신 노老 교장님의 부탁을 들어서였다. 1950년 12월의 흥남철수작전 문집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 썼던 글이라 손 볼 곳이 많았다. 게다가 내가 부첨해야 할 부분들도. 어제 하루는 종일 사무실에서 그 일에 매달렸다. 열 시간 넘게 컴퓨터를 들여다 보는 일도 예사롭지 않았다. 해서 퇴근하며 신촌 G마트에 들러 좋아하는 연어회를 사왔다. 아내가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며 선물을 샀듯 나도 내 삶의 여유를 위해 솔선해서 먹거리를 샀다.
오후 열 시 넘어 아내는 졸립다며 자러 가고 내가 쓰는 방에 조촐한 주안상을 차렸다. 연어회에 석류주를 따뤄놓고 좋아하는 키타로[喜多郞]의 ‘실크로드’ 앨범 가운데 ‘돈황’을 오디오로 들었다. 물론 유투브로도 들을 수 있지만 제대로 듣고 싶었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노라니 왠지 고향생각이 났다. 하여 고교 동창 40여 명이 쓰는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휴대폰으로 글 올리는 게 쉽질 않았지만 거의 40여 분 만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막상 써놓고 보니 괜히 올렸단 후회가 들었다.
내일은 화요일이어서 동창모임의 정기 산악회가 있지만 사무실에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오전에 무악재역에 모여 서대문구 안산鞍山을 산행한다는 연락이 왔지만 일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해서 산악모임 단톡방에 불참한다고 올렸다. 친구들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다.
석류주 몇 잔과 연어회를 비우고 나니 어언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이젠 자야겠다. 어찌보니 오래 전 송창식이 불렀던 ‘참새의 하루’를 보는 듯하다. 그래도 내일을 위해 눈을 붙여야겠지.
아무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지만 내일이면 ‘처서’니 이젠 가을바람도 불어오겠지. 물동이 이고 가을아기씨도 상큼한 미소 머금으며 오실 터이고. 여름도 다갔다. 그래, 니 맘대로 불을 뿜어봐라.
또 멋진 내일을 위하여.ㅎㅎ
데레사
2016년 8월 23일 at 7:47 오전
올 여름은 너무 더웠어요.
예보도 전혀 못 맞추고.
처서가 지나연 종 시원해질까요?
기다리는 가을, 얼른 왔으면 합니다.
바위
2016년 8월 28일 at 4:57 오후
응답이 너무 늦었습니다.
요즘 일 때문에 블로그 방문이 뜸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