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새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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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아내와 기도원엘 다녀왔다. 단 둘만 다녀온 게 아니라 교회 신자들과 함께. 도합 열 세 사람이었다. 행선지는 충북의 어느 지역. 당초 계획은 1박2일이었지만 2박3일의 일정이었다.

솔직히 신자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요란한 신앙생활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부흥회나 기도원 같은 곳의 모임 역시 썩 내키지 않았다. 신앙생활이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이지 그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배놔라, 감놔라 하는 따위의 일들은 내 취향에 맞지 않았으므로. 하지만 아내가 그 쪽으로 무척 적극적이다 보니 때로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다소 동행하는 편이긴 했다.

올해 신년 기도원 성회엔 빠지고 싶었지만 손자가 올해 고3으로 대학입시가 눈앞에 있다 보니 내 맘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여 끽소리 못하고 아내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사흘 동안 이틀 밤을 지새웠는데 한 방에 남자 다섯이 합숙을 했다. 다 잘 아는 교인들이어서 불편한 건 없었지만 한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골아 숙면에 상당한 지장을 받았다.

하루 세 번의 집회가 있었는데 나머지 시간은 주로 방안에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옆 사람과 약간의 대화는 있었지만 무료하기 짝이없었다. 그 무료함을 한 방에 날린 친구의 선물이 날아들었다. 그것은 카톡방에 넣어준 음악선물이었다.

나는 휴대폰에 두 개의 단톡방을 갖고 있다. 42명이 가입된 고교 동창회와 역시 고교 동창들로 매주 화요일마다 산행을 하는 15명이 가입된 산우회 단톡방이다. 그외 여섯 명의 고교 동창들이 매월 모임을 갖는데 그들과 1대1 카톡방을 갖고 있다. 이번에 선물을 보내준 친구는 하동 출신인데 나와는 고교시절 같이 교회도 다닌 친구다.

사실 음악을 무척 좋아하지만 휴대폰에 음악을 깔고 다니지는 않았다. 자식들에게, 아니면 사무실 직원에게 얘기하면 유투브 정도는 깔아주겠지만 왠지 그런 부탁을 하기가 싫었다. 그랬는데 새해 초 친구가 그 숙제를 단숨에 해결해 준 것이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친구로부터 동영상이 왔길래 열었더니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이 들어 있었다. 토스카니니가 지휘하는 NBC교향악단의 귀한 영상이었다. 전곡이 아니고 1악장이었지만 그 뒤로 벼라별 음악들이 줄줄이 나왔다. 간혹 동창회 단톡방에 석류주 한 잔하며 키타로 실크로드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올렸더니 키타로에다가 이글스, 시크릿가든까지, 게다가 마할리아 잭슨의 ‘섬머타임’까지 들을 수가 있었다. 구성진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잭슨의 매혹적인 목소리는 진실로 내 새해 벽두의 무료했던 시간들을 값지게 만들어준 귀한 선물이었다.

새해 초 멋진 선물 받았으니 분명 손자로부터도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 것이렸다.

1 Comment

  1. 데레사

    2017년 1월 8일 at 6:21 오전

    그럴겁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성으로 기쁜소식이
    날아 들 거에요.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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