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新村의 벚꽃
오늘 아침 버스를 타고 신촌로터리에 내리니 화사하게 핀 벚꽃이 반겨준다. 2, 3일 전까지도 못 본 것 같았는데 어느새 벚나무 가지마다 연분홍 꽃잎이 방긋 웃으며 행인들을 맞아준다.
그래, 자연의 법칙은 변할 수가 없지.
반가운 마음으로 벚꽃을 보다가 금방 버스에서 보여준 기사의 행태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연희동에서 버스를 타고 국민은행 신촌지점 앞에서 내렸지만 기사의 행위가 괘씸하게 여겨졌다.
조금 전 연세대 앞 정류장에서의 일이었다. 8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노인이 기사 옆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연세대 앞 정류장에서 하차를 하는데 일어선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행동이 무척 힘들어 보였다. 노인이 뒷문으로 내리지 않고 앞문으로 내리려 하자 기사가 “여긴 내리는 곳이 아니니 뒷문으로 내려요”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노인이 불편한 몸을 추스르며 계속 문 앞에 서있자 기사 역시 뒷문으로 내리라며 30여 초 동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노인이 문 앞에 서있자 할 수 없다는 듯 문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순간 화가 났지만 참았다. 괜히 기사하고 시비붙기 싫어서였다. 하지만 마음은 무척 언잖았다. 물론 법규상 앞문은 승차, 뒷문으로 하차를 하도록 돼 있겠지만 몸이 불편한 노인에게 그 정도의 배려가 어려웠을까.
얼핏 보니 기사는 노인의 아들뻘 나이였다. 자신의 부모가 그렇게 했더라도 뒷문으로 내리라고 닦달을 했을까.
화사한 벚꽃을 보노라니 내가 그런 속된 인간이란 게 부끄러워졌다.
데레사
2017년 4월 8일 at 7:51 오전
앞문으로 내려주는게 마땅한데 그 기사 야박
하군요. 늙고 병들면 서러운 겁니다.
건강 하십시요.
바위
2017년 4월 15일 at 10:13 오후
그렇지요. 잠간이면 앞문으로 내려드릴 수 있는데,
기사는 한참 동안 노인을 애먹이더군요.
참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