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묵은 이야기를 이제사 꺼낸다. 이런 이야긴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 동안 거의 6년간을 가슴에 묻어두고 지나왔다. 이젠 꺼내도 될 것 같아 이야기의 부리를 헌다. 물론 나도 공무원을 몇 년 했기에 이런 글 쓰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2011년도 봄 쯤 함경남도 장진군민회에서 내게 청탁이 들어왔다. 군지(역사서)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해서 거의 6개월간 열심히 군지를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유명한 ‘장진호전투’였다.
이 전투는 6.25동란에 투입되는 중공군을 막기 위한 전투였다. 그해 1950년 11월 초부터 한반도, 그것도 압록강을 건너 침투한 중공군은 3개 병단(9개 사단) 14만 명이었다. 이 전력을 막은 게 미 해병 1사단 1만 2천 명이었다. 10배가 넘는 중공군을 막으면서 미 해병은 영하 3, 40도의 추위 속에서 그해 11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2주간 ‘인해전술’의 침투를 막았다.
생각해 보라. 만약 2주간의 방어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아마도 제주도로 피란을 가야 했을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한반도에서 없어지고 적화통일이 되었으리라. 그 전투에서 미군 희생자는 3천여 명이었지만 대개가 동상으로 인한 사상자였다. 하지만 중공군은 거의 6만여 명이 죽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살린 이 ‘장진호전투’는 결국 ‘흥남철수작전’이란 인류애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장진호전투가 없었다면 결코 흥남철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쉽게 말해 장진호 전투가 있었기에 흥남철수가 있었던 것이다. 미 해병 1사단이 함경남도 흥남까지 후퇴하면서 피란민들이 따라왔고 흥남부두에서의 피란민 철수작전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도 1950년 12월 23일 오후 화물선 메르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경남 거제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사단법인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는 있는데 ‘장진호전투’를 기념하는 단체는 없다. 대한민국을 살린 전투였는데도 말이다. 해서 ‘장진군지’를 만들면서 그 기념사업회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사단법인이라도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살린 그 전쟁을 기념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모든 서류, 심지어는 연판장까지 만들어서 장진군민회 담당자들이 국가보훈처를 찾아가서 ‘장진호전투기념사업회’의 설립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때 국가보훈처의 담당자 말이 가관이었다. “이 전투는 미 해병 1사단이 했는데 우리가 왜 기념을 합니까?” 그래서 고귀한 사업은 그 한 사람의 말 한 마디로 막을 내렸다. 더 이상 이야기 할 데도 없었기에. 그렇다면 맥아더 원수가 주도한 인천상륙작전도 우리와는 아무 관련 없는 전쟁인가. 그 작전도 미군이 했으니까.
그러면 그 전투, 장진호전투는 어디서 했는데, 또 미 해병 1사단이 누구 때문에 전쟁을 했는데?
올해 4월 미국은 장진호전투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를 세웠다. 세계 최대의 동계전투, 그것도 10만 피란민을 악마의 소굴에서 탈출시킨 ‘인류애적인 전투’로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없다. 나라를 살린 전투였는데도 말이다.
이게 오늘을 사는 국가공무원들의 의식이 아니었으면 한다.
국가보훈처 그 한 사람만의 생각뿐이길 소망한다.
미미김
2017년 5월 30일 at 1:54 오전
?아! 세상에 그런 사실이 있었군요…
국가보근처 그사람은 딱 그한줄 “이 전투는 미해병 1사단…” 밖에는 아는게(생각이) 도무지 없는게지요.
그런 훌륭하지 못한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기가 막혀 댓글이 이성을 상실할 지경입니다…진정한 다음에
다시 올릴까 합니다.
바위 선생님, 그때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위
2017년 5월 31일 at 2:12 오후
미군들이 우리 땅에서 뭣땜에 전쟁을 했을까요?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희생이었지요.
그런데도 미군이 한 전쟁이니 기념사업회가 필요없다는 한심한 생각,
기가 찰 노릇입니다.
감사합니다.
데레사
2017년 5월 30일 at 7:52 오전
지금 정부도 마찬기지일 겁니다.
세월호 희생자만 중요한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답답하지요.
바위
2017년 5월 31일 at 2:10 오후
문 대통령이 국가보훈처장을 맨 먼저 갈아치웠지요.
이유는 ‘임을 위한…’ 노래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임 보훈처장은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고 중령으로 전역한 여자라는군요.
오늘 뉴스보니 보훈단체의 편견(보수적인)을 해소시킨다는데,
싹수가 노랗단 생각이 듭니다.
하무니
2017년 5월 30일 at 10:05 오전
The battle of Chosin이라는 제목으로 장진호 전투때 찍은 필름과
중공군에 포위된 미군 생존자들의 증언을 지난 11월에 보았습니다.
8-90세의 노병들이 당시의 배고픔과 추위에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장면들은 눈물없이 볼 수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748pdb-jSU&vl=de 이나
The Battle of Chosin, American Experience Film을 검색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바위
2017년 5월 31일 at 2:06 오후
감사합니다.
소개해주신 자료 꼭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