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빌헬름 켐프(Wihelm Kempff, 1895~1991)의 연주를 자주 듣는다. 전엔 씨디로 들었지만 이젠 유투브에서 ‘즐겨찾기’를 해놓고 시도 때도 없이 듣고 있다. 물론 첫 시작은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8번 ‘비창’부터다. 그 다음엔 자동으로 ‘월광’이 나온다. 이 곡은 동영상이다. 검버섯이 핀 팔순의 ‘명인’은 악보도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월광’을 연주한다. 건반을 두드리는 손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편한 기분으로 유투브 연주를 듣고 있지만 그래도 완숙한 연주를 들으려면 씨디를 올려야 한다. 내겐 그가 연주한 32곡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이 있으니까. 도이취그라마폰에서 나온 씨디다. 전에 얘기한 적이 있지만 64년도 서울에 대학 입시치러 왔다가 종로서적에서 산 전집 악보 두 권도 있다. 간혹 여유로울 땐 연주를 들으면서 악보를 보는 재미도 생겼다.
빌헬름 켐프를 만난 게 1962년도였다. 벌써 55년 전이다. 고2 때였는데 고전음악에 푹 빠졌을 때였다. 그런데 내게 베토벤의 ‘월광’을 처음 들려준 연주자는 켐프가 아니고 루돌프 제르킨이었다. 미국인 연주자였던 제르킨의 LP 앨범엔 ‘월광’과 ‘비창’, ‘열정’ 세 곡이 들어 있었다. 그 세 곡을 열심히 들었는데, 레코드 가게엘 갔더니 켐프의 앨범도 나와 있었다. 하지만 예사로 봤다. 그 당시 내겐 제르킨의 연주가 최고였으니까.
그러다가 20대 후반 켐프의 연주를 듣고 반해버렸다. 그 유연한 연주는 흘러가는 물을 연상케 했다. 전혀 군더더기 없는 펀안함. 그때부터 그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혹자는 그렇게 생각하리라. 피아노 소리가 그게 그건데 뭐가 다르냐고. 그렇다면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들어보시라.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음성과 다른 사람들의 음성이 어떻게 다른가를. 아무리 고전음악에 문외한이라도 그 정도는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로라 하는 음악평론가들의 달콤한 말만 믿고 다른 사람들의 ‘겨울나그네’를 샀다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테너 피터 피어스의 노래는 좋았다. 벤자민 브리튼의 반주로. 특히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는 최고였다.
아마도 내 삶에 있어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는 빌헬름 켐프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내겐 아직도 켐프가 생생히 살아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말이다.
데레사
2017년 6월 11일 at 11:46 오후
연주가 까지 골라서 듣는 음악접 감각에
감탄 합니다. 저는 성악가는 골라서 듣지만
솔직히 연주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거든요.
유투브르 들어가서 빌헤를 캠프의 연주로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바위
2017년 6월 12일 at 12:24 오전
언제부터인가 저도 특정 연주자들을 선호하는 취향이 되엇습니다.
물론 연주자들을 놓고 평점을 매기긴 어렵지만 좋아하는 연주자는 고를 수 있게 되었지요.
빌헬름 켐프의 연주, 참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