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재미

20171016_184417

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잡았나? ‘요리’라기보다 ‘음식 만드는 재미’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새벽 지인의 발인예배에 다녀왔다. 20여 년 알던 분인데 나이는 올해 일흔아홉 살이다. 매주마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악수를 나누던 분이었다. 몇 년 전부터 신장이 좋지 못해 이틀들이 ‘투석’을 하며 고생하긴 했지만 음식도 잘 먹고 약간 비틀거리긴 해도 얘기도 곧잘 했던 분이었다.

지난 화요일, 점심을 잘 먹고 어지럽다길래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내일 가자며 자리에 눕더란다. 저녁 무렵 식사하라며 깨웠지만 아무 기척이 없어 흔들었더니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후였다고 한다. 문상 간 이웃들은 섭섭하긴 하지만 어쨌든 복받은 분이라며 덕담들을 했다. 참으로 ‘인생무상’이다.

마음도 울적하여 오늘 하루 쉬기로 했다. 마침 급한 일도 없기에. 출출하기도 하고 석류주 한 잔 생각나서 안줏감을 만들기로 했다. 냉장고에 홍어 회 얼려둔 게 있긴 하지만 며칠 전 인왕시장에서사다둔 토란 생각이 나서였다. 나는 토란을 무척 좋아한다. 해서 요맘 때면 사놓고 쪄서 먹거나 탕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토란탕 만드는 요령은 간단하다. 적당한 물에 국수장국을 풀어 육수를 만든다. 여기에 껍질 벗긴 토란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고 당면도 먹을 만큼 넣는다. 역시 당면을 엄청 좋아해서 넉넉하게 넣는다. 이걸 끓이다가 넘치면 찬물 반 컵 정도를 두 차례 정도 반복하면 토란탕이 완성된다. 매콤한 걸 좋아하는 나는 여기에 청양고추 다진 걸 함께 넣는다.

20171026_153357

석류주가 준비 되었으니 풍악이 빠질소냐. 오늘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5번을 듣기로 했다. 많은 연주가 있지만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필의 연주로. 물론 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이나  9번 ‘그레이트’도 좋지만 오늘은 5번이 땡긴다. 다 듣고 나면 쿠스코(Cusco)나 키타로[喜多郞]도 초청해야겠지.

이래서 또 하루가 저문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10월 26일 at 7:41 오후

    ㅎ 좋습니다.
    토란탕에 석류주, 그리고 슈베르트.
    이 보다 더 좋을순 없지요.

    위블 메인은 김도광 부장님 관둔후로
    그대로 입니다.컴 잘못이 아닙니다.
    지금 관리자가 없는것 같아요.

    • 바위

      2017년 10월 26일 at 7:53 오후

      잘 알았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주의하십시오.
      감사합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